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여행/영산강(18.03.01~03.10)

(180310) 영산강 자전거 여행 마지막, 담양 '마음 따라 발길 따라'

ㅇ 이동경로 : 관방제림-죽녹원-담양향교-남산

ㅇ 소 감 :  관방재림의 안개 자욱한 모습, 죽녹원 대나무 숲 가운데에서 대나무에 둘러싸여 하늘을 쳐다본 순간, 남산에 올라 담양 전경을 눈에 담은 순간들을 통해 담양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전날 담양댐 인증을 끝으로 영산강 자전거 종주를 마쳤다.

자전거 종주는 끝났지만 담양은 단순히 자전거 길만 가기에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따라서 바로 순창 섬진강 자전거 길로 넘어가기 전 오늘 하루는 담양 투어를 하기로 했다.


광주에서 담양가는 버스를 타고 1시간쯤 달려 담양군버스에 도착했다. 집이 광주라서 장성, 나주, 화순, 담양과 같은 근처 군으로 가는 교통편이 좋아 당일투어로 움직이기 편해 좋다. 서울에서는 출퇴근하는데 지하철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복 받았다고 생각해야지.


관방제림, 죽녹원은 담양군 버스터미널에서도 가까워 도보로도 충분히 갈 수 있다. 

아침에 안개가 많이 꼈는데 관방제림의 신비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관방제림>


천연기념물 제 366호로 지정되었다. 천 주변으로 해마다 홍수가 일어나 피해를 많이 입었고, 조선인조 26년 1648년 제방을 쌓고 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나무를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안개가 관방제림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아침에도 제방위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담양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죽녹원이 보인다.

주말이라 사람이 붐빌까봐 조금 서둘렀는데 다행히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죽녹원 입구>


죽녹원에 들어가니 다른 세상에 온 듯 하다.

사람을 피해 조용한 곳으로 그냥 발걸음 가고 싶은 대로 움직인다.

어느 한적한 곳에 벤치가 있어 앉는다.

대나무 잎사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햇살이 벤치를 비춘다.

바람이 불어온다. 잎사귀들은 바람에 몸을 맡기며 아침 기지개를 켠다.

기지개 켜는 소리가 참 좋아 눈을 지그시 감고 계속 듣는다.

평화로운 순간이 참 좋아 가만히 아무도 없는 듯 앉아 있는다.


 


하늘을 바라보며 댓잎들이 바람에 속삭이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자.



대나무, 하늘, 바람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온몸으로 느끼며 다시 길을 나선다.

중심부 쪽에 이이남 아트센터가 있어 들어가본다.


그림이 고정되어 있고 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림에 미디어아트를 접목시키니

생동감있고 쉽게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고개를 쳐들어봐야 작품이 다 보이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폭포수만 떨어지는 줄 알았더니 낮과 밤의 시간 흐름도 있고 폭포수 아래 조그맣게 사람들이 노닥거리는 장면 같은 그냥 휙 보고 지나가면 놓쳤을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대나무를 소재로 하는 옛 선조들의 작품 속에서 낮과 밤, 계절의 변화와 바람이 불어 잎사귀가 흔들리는 장면들을 넣음으로써 대나무의 생동감과 매력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이남 아트센터>


담양 봉산면 출신의 이이남 작가가 대나무를 소재로 하는 옛 선조들의 작품을 미디어아트 연출을 통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였다.



죽녹원을 돌아보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좋은 장소를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데 탐방객들이 자신이 왔음?을 알리는 남기거나 사랑을 맹세?하는 실명들을 대나무 곳곳에 새겨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점이다. 내 눈에는 자신이 못났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연은 사람들한테 아낌없이 주건만 사람들은 자연을 왜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아쉬운 점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으러 국수거리에 왔다.

관방제림 둑방길 쪽으로 국수거리가 형성되어 있었고 야외벤치에도 자리가 있어 그쪽에 앉았다.




<옛날진미국수>




<국수와 한방계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깔끔해 한그릇 뚝딱 비웠다. 천원으로 삶은 달걀도 추가할 수 있다.



담양 향교는 계획에 없었지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죽녹원 옆 바로 건너편에 향교를 발견하고 거리도 가까워 한번 둘러보기로 하였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으나 남북으로 경사가 심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명륜당 뒤쪽 대성전에서 관방천이 내려다 보였다.



<명륜당>



<대성전>



<대성전 뒤뜰에서 발견한 봄>


산수유 꽃망울이 참 앙증맞다.

앙증맞음 속에 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트리는 그 강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대성전 뒤 뜰에서 발견한 봄에 기뻐하며 마지막 행선지인 담양 남산으로 향한다.

남산으로 가기 전에 휑한 들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석탑을 발견하고 잠시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담양읍 오층석탑>

보물 제 506호


넓은 들판에 석탑 하나만 놓여있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석탑 혼자 홀로 남아 부처님을 위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인생의 덧없음을 느낀다.



담양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눈에 담고 싶어 검색의 힘으로 남산 팔각정에서 볼 수 있다고 해 그쪽으로 향한다. (서울에만 남산 팔각정이 있는게 아니다 :) )


남산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 길을 헤맸다. 처음에는 메타프로방스 쪽에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길이 없어 남산마을까지 다시 돌아가 마을 주민들께 물어물어 올라갔다. 




<남산 봉수대>


남산 봉수대는 금성산성과 담양부 간의 봉수대로 활용하였고, 무등산을 거쳐 나주목과 관찰사까지도 연결했다고 전해진다.




<남산 정상>


야트막한 산이지만 담양읍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담양투어 일정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탁트인 전망을 보는 것은 내 마음 속 답답함도 내려놓는 것 같아 언제든 기분이 좋다!



<남산 정상 파노라마>



인터넷에서는 담양 남산에 대해 검색이 잘 안나온다.

(고유의 매력을 충분히 가진 담양에 메타프로방스 같은 유럽풍의 마을이 왜 있어야 하는지 존재를 이해하기 힘든 장소는 검색이 많이 나오겠지만)


검색도 잘 안되고 향교까지 보고 돌아갈까 싶었는데 그냥 담양 전경을 보고싶다는 마음따라 큰 기대없이 올라갔는데 안갔으면 후회할뻔 했다. 


역시 여행은 내 마음 따라 내 발길 따라 가는 것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