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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영산강(18.03.01~03.10)

(180305) 영산강 자전거 여행 6, 진도 '팽목항을 다녀오며'

ㅇ 이동경로 : 목포-진도군-팽목항-목포-광주 복귀(버스)

ㅇ 소  감 : 진도 팽목항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눈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세월호의 진실이 빨리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다음 진도 방문 시에는 좀 더 가볍고 반가운 마음으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목포 투어를 마치고 예정대로라면 광주 집에 돌아가 며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담양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목포신항에서 세월호를 본 뒤 광주 돌아가기 전에 오래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꼭 가고 싶었던 진도 팽목항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뼈해장국, 은지네 해장국>


해남해장국이 백종원의 3대천황에 소개되었으나 평이 엇갈려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다 그 옆 은지네 해장국에서 목포해양대 학생들이 먹는 걸 보고 이쪽으로 들어갔다.




 가격도 괜찮고 양이 푸짐하여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어업에 종사하시는 걸로 생각되는 주민 몇분이 반주와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구성진 사투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목포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쯤 가니 해남 우수영을 거쳐 진도군에 도착했다.





<진도군 버스터미널>


12시 좀 못돼서 도착했는데 팽목항 가는 버스가 오후 2시에 있단다..  군버스라 배차 간격이 어느정도 길다는 점을 감안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길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진도군 버스 시간표>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때는 미리 검색해보는 센스가 필요하다.



비는 시간을 마냥 보낼 수는 없기에 진도에서만 난다는 뜸북(뜸부기) 을 넣은 갈비탕으로 이른 점심을 기로 하고 읍내로 나섰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해 기온이 공기가 많이 찼다. 터미널 입구 바로 앞에서 한 부부가 어묵과 호떡을 팔고 있었는데 따뜻한 국물이 당겨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림막 안에서 비를 피하며 먹고 있었는데  버스를 기다리고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오셔서 자리를 내드렸다. 쪼르르 앉아 호떡을 기다리시는 할머니들을 보니 너무 귀여우셔서 웃음이 났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할머님들이 꼭 소녀 같았다>



식당이 진도군청 쪽 방향이어서 그쪽으로 가다가 중간에 진도상설전통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전통시장이 공사 중인지 한 건물에서 영업 중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전통스러운 느낌은 없어 그냥 한바퀴 돌아보고 바로 나왔다. 




<진도상설전통시장>




<진도상설전통시장 내부모습>


점심시간 무렵에 와서 한가하다.



진도까지 왔으니 먹는 것도 놓칠 순 없지.

뜸북(뜸부기)가 진도에서만 난다고 해 어떤 것인지 궁금해 뜸북이 들어간 음식을 팔고 있다는 식당에 가보았다. 노부부가 운영하셨는데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한 남자분이 대포 카메라로 음식을 찍고 있었다.  



<소갈비뜸북국, 진도읍 궁전식당>


해조류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뜸북국만 먹었다면 약간 심심할 수 있는 것을 봄동무침이며, 젓갈, 깍두기, 김 같은 훌륭한 전라도 밥상이 같이 나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뜸북은 예전에는 진도 전역에서 났는데 지금은 조도지역에서만 채취를 할 수 있고, 5~6월에 캔다고 한다. 방금 캔 뜸북을 넣은 것도 맛보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고 팽목항으로 가는 2시 버스를 탔다.

요금계산은 버스 이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어서 그런지 정차할 때 현금 결제로 이뤄졌다.




<진도군 버스>



40분 정도 가니 팽목항이 조금씩 보인다.

저 멀리 등대가 보였다. 언론 기사보도를 통해 팽목항을 접하다가 실제로 보니 가슴이 더 먹먹하다.

왜 이제서야 왔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노란 리본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갔는데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지 반성이 든다. 등대 쪽으로 가며 전국 각지의 사람들의 메세지가 담긴 타일을 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진도 팽목항>




<등대에서 바라본 진도바다>


진도 팽목항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눈시리도록 아름다웠지만, 아직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에 그 슬픔 또한 더 크게 느껴진다.



유시민 선생님은 <알쓸신잡> 목포 촬영에서 일부러 진도에 간 이유를 '팽목항에 여전히 남아있는 세월호 아픔 때문에 사람들이 진도대교를 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밝힌게 기억이 난다. 


'단순히 세월호 사고 지점이 팽목항과 가깝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던 진도 군민들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되 더이상 진도를 진도대교와 팽목항의 아픔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우리들의 원래 일상도 회복해야 된다'고 유시민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분도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오래전부터 팽목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갖는 아픔 때문에 선뜻 가기가 망설여 졌었다. 진도가 가지고 있었던 본래의 아름다움과 진도민이 겪었던 어려움 또한 잊고 있었다. 오늘 짧게나마 진도를 방문하면서 진도민들의 따뜻하고 정겨운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맛있는 먹거리도 맛볼 수 있었다. 세월호 진실이 곧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오늘 진도에서 가졌던 기억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좀 더 반가운 마음으로 진도를 방문하기를 기약해 본다. 



세월호 관련해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412일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감독 김지영, 제작 김어준)가 개봉 예정이다.가슴아픈 사건을 다룬 만큼 무겁게 느껴져 망설여 질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

 

예고편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dDU8TZv3wx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