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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920-0922) 인도 우다이푸르(Udaipur) 1, 도착하자 만난 축제의 장

 

(180920) 우다이푸르 1일차

 

1. 조드푸르-우다이푸르 이동

 

라자스탄 주의 마지막 여행지 우다이푸르로 떠나는 날이다. 조드푸르에서 우다이푸르까지는 거리가 길지 않아 밤버스 타기가 애매해 아침 일찍 이동하기로 했다. 해뜨기 전 새벽 공기가 차다. 정식 터미널이 아니라 간이 정류장 같은데서 타기로 되어 있어서 이쪽에 버스가 정차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주변에 나처럼 서성이는 아저씨도 눈빛이 흔들린다. 나처럼 확신이 안서는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어디 가냐고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니 마침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단다.

 

그 아저씨가 다른 인도 사람한테 재차 확인한 후 나도 그 아저씨도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통성명을 나눈다. 자신은 델리에서 사업하고 있는데 출장 비슷한 걸로 우다이푸르로 가는 길이란다. 바라나시가 고향이라고 하셔서 바라나시 여행하고 넘어왔다고 하자 무척 반가워하시면서 짜이 한잔을 사주신다. 따뜻하면서 달달한 짜이가 몸 안으로 들어가니 추워서 웅크리고 있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듯하다. 인도 사람들의 짜이 사랑은 각별한데 아침에 짜이가 있고 없고 차이는 하루 삶의 질을 좌우할 정도로 크다는 걸 나역시 느낀다. 

 

기적적으로? 버스는 제시간에 맞춰서 와주었다. 중심지를 빠져나와 교외로 접어드니 넓은 초원 위 지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기 사작한다. 아직 대지도 하늘도 잠에 덜깬 시간. 오로지 해만이 살며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마친다. 

 

대지도 하늘도 아직 잠에 덜깬 시간, 오직 지평선 위 해와 오롯이 마주한 순간이 마치 꿈 같았다

 

<조드푸르-우다이푸르 이동 중 만난 아침풍경>

 

2. 우다이푸르, 도착하자 만난 가네샤 축제의 장

 

우다이푸르 숙소에 도착하니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무슨 축제날인지 퍼레이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신을 모신듯한 가마를 둘러맨 사람들이 앞장을 서고, 그뒤로 많은 사람들이 무슨 구호를 연신 외치면서 따라 걷는다. 저마다 빨간 가루를 얼굴이며 옷에 뒤집어 씌워져 있었는데 지나가던 행렬이 갑자기 나한테 빨간 가루를 뿌려대서 영상을 찍고 있는 카메라한테 들어갔을까봐 화들짝 놀랬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지금 우다이푸르는 코끼리 형상을 한 가네샤(Ganesha) 신을 위한 축제기간이란다. 그리고 빨간 가루의 정체는 'Rangoli'라는 가루인데 이걸 많이 뒤집어 쓸수록 가네샤 신의 축복을 그만큼 많이 받은 것이란다. 

 

 

우다이푸르는 가네샤 신을 위한 축제가 한창이었다

 

<가네샤 축제 행진>

 

이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궁금해 따라가 본다. 행렬은 피촐라(Pichola) 호수가 보이는 강가 가트(Gangaur Ghat) 사원에서 모시고 온 신을 향해 의식을 치른 후 다시 되돌아 가는 식이었다. 의식을 치르고자 끊임없이 들어오는 행렬들과 축제를 구경하려는 인파들로 가트는 북새통을 이룬다.  

 

  피촐라 호수가 보이는 강가 가트에서 긴 행렬들이 저마다 모시고 온 신들을 위한 의식이 진행된다.

 

빨간 랑골리 가루를 다팔고 돌아가는 부자. 아버지를 위해 일을 도우는 자식들과 고생한 자식들을 위해 리어카에 태워 가는 모습을 보며 신의 축복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드렸다. 
빨간 가루 뒤집어 써도 부모님이 옷 더러워진다고 야단도 안치고 팝콘까지 쥐어주니 왜 그럴까라는 생각에 저런 순진무구한 표정이 나오는 걸까.

 

호수를 가까이 둔 우다이푸르는 돌산 아래 평탄한 대지에 자리잡은 자이푸르, 조드푸르와 확실히 다른 느낌의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떠들썩한 축제 구경을 마치고 호수 야경을 보고 싶어 호숫가 주위를 거닐어본다. 자이푸르, 조드푸르 야경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호수를 낀 우다이푸르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고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아니다 다를까 City Palace 왕궁이 잘 보이는 Ambrai 가트 쪽에는 현지 커플들이 어김없이 자리잡아 달달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커플들의 물량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아름다운 우다이푸르 밤 풍경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촉박한 일정에서 조드 푸르, 우다이 푸르를 우겨넣듯이 일정에 포함시켜 잘한 결정인지 걱정이 들었다. 우여곡절한 과정이었지만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풍경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어서 과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생각지 못한 선물을 많이 받아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이대로 그냥 보내기 섭섭한 밤이다. 캔맥주라도 하나 까야겠다,

 

Ambrai 가트에서 본 우다이푸르 왕궁 야경/많은 현지 커플들을 볼 수 있는 건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