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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913-0917) 인도 자이푸르(Jaipur) 2, 통합 티켓이 사람잡네

(180916) 암베르 요새(Amber Fort), 자이가르 요새(Jaigarh Fort)

 

1. 암베르 요새(Amber Fort) 

 

핑크시티란 별명과 랜드마크인 하와 마할(Hawa Mahal)만 알고 자이푸르에 왔다. 막상 와보니 둘러볼 것이 왜 이리 많던지. 그러다 동북쪽으로 약 11km 떨어진 곳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암베르 요새의 존재를 알게됐다(도착장소에 와서야 알게 된 주요 유적지가 꽤 많다). 거리도 멀지 않아 한정된 일정에서도 우선적으로 가보기로 한다. 

 

거리는 가까운데 로컬버스를 타고 가니까 교통체증 때문에 1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입구에 서니 호수 뒤로 노란 사암으로 건축된 웅장한 요새의 모습이 보인다. 웅장한 모습은 좋은데 산을 타는 것과 다름없는 오르막길에 규모도 커보인다. 일단 근처 식당에서 배부터 채우고 산행을 나선다.

 

암베르 요새와 산 꼭대기에 위치한 자이가르(Jaigarh) 요새/암베르 요새는 자이푸르 이전의 수도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요새에 도착하니 탁 트인 풍경이 먼저 다가온다. 시가지 쪽을 바라보니 산 능선을 따라 성벽이 빙 둘러쳐져 있는 모습이 도시 전체가 군사요새화 시킨 것 같았다. 

 

암베르 요새에서 바라본 시가지/자연지형을 활용해 도시 전체를 군사요새화하였다.

 

태양의 문(Sun Gate, Suraj Pol)을 지나 넓지막한 메인 광장(Jaleb Chowk)에 들어서니 당시 번성했던 왕국의 기세가 느껴진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과 현장 학습을 온 듯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메인 광장은  용맹한 라지푸트 전사들이 전쟁을 마치고 전리품과 함께 돌아올 때 대중들이 모여 환영했던 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메인 광장(Jaleb Chowk)/왕의 부인들은 밖에서 볼 수 없는 창문을 통해 환영식을 지켜봤다고 한다.

 

메인 광장에서 조금 올라가면 'Diwan-i-am'이 나오는데 공적인 행사장소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메인광장과 시가지 전경이 훤히 볼 수 있다.

 

왕과 부인들의 거주공간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네샤 문(Ganesh Po)'을 지나가야 하는데 문양과 장식들이 세밀하고 정교했다. 타지마할에서 본 양식과 비슷해 무굴제국의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가네샤 문(Ganesh Po). 이 문을 지나면 왕과 부인들의 거주 공간이 나온다.
중앙에 힌두신 가네샤의 모습이 보인다. 대리석 벽면을 세밀하고 정교한 문양과 장식으로 새겨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윗층 창문을 벌집 모양처럼 만든 이유는 단순히 장식용이 아니다. 왕의 부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diwan-i-am이나 메인광장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볼 수 있게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첫번째 메인광장, 두번째 Diwan-i-am 구역을 지나 가네샤 문을 통과하면 세번째 구역으로서 왕과 부인들의 사적 공간으로 연결된다. '빅토리 홀(victory Hall, Jai Mandir)' 들어서면 수로를 연결해 만든 인공정원을 볼 수 있었다. 통풍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지 대리석 건물 안에 있으니 바람이 솔솔 들어와 시원했다. 어찌보면 삭막할 수 있는 요새 안에서 평생을 지내야 했던 왕의 부인들로서는 물소리와 초록빛 식물들로 가득한 정원이 그들 삶에 그나마 큰 위안이 됐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구역에 위치한 빅토리 홀(Victory Hall, Jai Mandir)

 

요새 마지막 4번째 구역으로 왕의 부인들이 거주했던 Zenana(Ladies Courtyard)

마지막 네번째 공간은 왕의 부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요새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부인들은 각각의 독립적인 공간을 사용했다고 하니 왕이 꽤 많은 부인들을 거느렸을 것으로 짐작됐다.  

 

제일 권력있는 왕의 부인들이라 호화롭게 지냈겠지만 결혼 후 평생을 요새 세번째와 네번째 구역만 오갔을 삶을 생각해 보니 꼭 그렇게 좋아보이지만은 않았다. 좋은 시대에 태어나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큰 감사함이 든다.  

 

 

2. 자이가르 요새(Jaigarh Fort)

 

암베르 요새 자체만 해도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아서 다보고 나니 기진맥진하다. 하지만 암베르 요새 위쪽에 우뚝 자리 잡은 자이가르 요새를 안볼 수 없어 꾸역꾸역 올라간다. 거리 상으로는 1km 밖에 안되는데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길이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당시 통치자가 1726년 암베르 요새만으로 성에 안찼는지 그 위 산에다가 요새 하나를 지어놓은 것이 바로 자이가르 요새이다. 요새 위로 올라 암베르 요새와 시가지를 훤히 내려다 보니 좀전에 암베르 요새에 보던 풍경과 느낌이 달랐다.

 

자이가르 요새에 내려다 본 암베르 요새와 시가지

 

성벽을 따라 한바퀴 도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중요한 포인트 위주만 둘러보는데도 만만치 않다. 요새 내부에는 전쟁에 대비한 식수저장 시설과 주거시설, 인형 극장 같은 위락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요새에는 세계에서 바퀴달린 대포 중 가장 크다는 'Jaya Vana'도 전시해 놓고 있었다. 1720년 제작된 이 대포는 포신이 약 6미터에 무게가 무려 5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포 한발을 쏘기 위해서는 무려 100kg 화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이푸르 시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30km 사거리까지 갖추고 있으니 당시로서는 최첨단 무기였으리라. 

  

세계에서 바퀴달린 대포 중 가장 크다는 'Jaya Vana'

 

요새 내부에는 전쟁에 대비한 식수저장 시설과 주거시설, 인형 극장 같은 위락시설까지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자이푸르 시내 방향 쪽으로 걸으니 Man Sagar 호수 위에 있는 '자이 마할 궁전(Jai Mahal, Water Palace)'  뒤로 자이푸르 시가지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과연 라자스탄 왕이 이곳까지 요새를 확장했는 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이가르 요새에서 바라본 자이푸르

 

Man Sagar 호수 위에 있는 자이 마할 궁전(Jai Mahal, Water Palace,) 뒤로 자이푸르 시가지 모습까지 한눈에 보인다.  

 

(180917) 하와 마할(Hawa Mahal, Wind Palace)

 

자이푸르에서 마지막 날이 다 돼서야 랜드마크' 하와 마할(Hawa Mahal)'을 보러 이동한다. 거리를 다니면서 자주 하와 마할을 지나갔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둘러본다. 

 

확실히 자이푸르의 상징답게 건물 앞에서는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5층짜리 핑크빛 건물에 벌집모양의 창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의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의 용도가 궁금해 찾아보니 당시 통치자였던 Maharaha Sawai Pratap Singh이 1799년 왕족 여인들이 바깥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이 건물이란다. 벌집모양의 창문은 바깥 사람들이 함부로 여인들을 볼 수 없게끔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건물의 사연을 들으니 풍족한 삶을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아마 평생 왕궁 안에서 갇혀 지내야 했던 여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했다.

 

자이푸르의 상징 하와 마할(Hawa Mahal)

 

안으로 드러서니 중앙에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연노랑 빛깔의 건물들 속에 핑크빛과 지붕 장식을 올린 건물이 도드라진다. 

 

행사나 연회가 있을 때 왕족에서도 높은 사람들이 핑크빛 귀빈석에 앉았던 모양이다.

 

당시 건물주 였던 Maharaha Sawai Pratap Singh과 세밀하게 장식해 놓은 문

 

내부에 전시물들을 간단히 둘러보고 하와 마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본다. 통로가 비좁아 위층으로 갈수록 공간이 협소해 교통정체가 심해진다. 겨우 올라가 주변을 바라보니 'City Palace', 돌산 위에 세워진 'Nahargarh Fort', 그 아래 넓은 평지에 자리잡은 자이푸르 시내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확실히 위에 올라서니 아래층에는 없었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왜 '바람의 궁전'인라는 타이틀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궁중 여인들이 바라봤을 거리 풍경

 

City Palace
Nahargarh Fort

 

자이푸르 유적지를 둘러볼 때 통합 티켓권(2일권, 천루피)을 끊었는데 체력적으로 상당한 무리가 왔다. 날은 푹푹찌고 장소간 거리가 가깝지 않아서 릭샤를 날잡고 대여하지 않는 이상, 뚜벅이 여행자들한테는 돈 좀 아끼려다가 체력이 축나 고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았다.

 

나 역시 처음엔 좀 여유부리다가 조드푸르로 떠나기 이틀 전에서야 부랴부랴 돌아다녔는데 많이 보겠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첫째 날에 Amber Fort, Jaigarh Fort 빡시게 돈 상태에서 오늘 Hawa Mahal보고 생각해둔 다음 장소로 가려고 하니 몸이 안따라준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즐겁다는 느낌보다는 '이거 보고 빨리 다음 장소도 넘어가야해'는 본전 생각과 의무감이 더 크게 들어 더 많이 못 즐겼던 것 같다. 평상시엔 그냥 넘어갔을 호객꾼한테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근처 'Iswari Minar Swarga Sal'에서 전망을 보다가 오늘 일정을 일찍 마무리하기로 한다.

 

시간은 어차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내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음식, 장소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마음과 에너지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보드가야에서 아그라로 넘어오다 식중독에 제대로 걸려 타지마할이고 뭐고 숙소 앞에 한 발자국도 못나간 경험도 하지 않았는가.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을 샅샅이 보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자. 단호하게 내가 가보고 싶은 장소를 우선적으로 가되,  못간 장소는 미련없이 놔두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