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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827) 인도 판공초(Pangong Tso) 2, 스팡믹(Spangmik) 마을 '세 바보들의 판공초 출사'

(190827) 판공초 2일차, 스팡믹(Spangmik) 마을

 

아침에 레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큰형님 부부를 배웅해 드렸다. 예상을 못하셨는지 내 배웅에 큰형님 부부는 놀라면서도 고마워하셨다. 큰형님 부부께서 해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이렇게 고마워하시니 오히려 내가 더 감사했다. 판공초 여행 잘 마치고 레에서 다들 한번 보자는 약속을 남기고 큰형님 부부를 태운 버스는 힘차게 출발한다. 무사히 잘 가시길.

 

작은 형님 부부와 여유로운 브런치를 먹으며 오늘 일정에 대해 얘기 나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판공초 출사. 작은 형님 부부는 서로밖에 모르는 사랑바보, 나는 그냥? 바보가 모여 세바보들은 판공초 출사에 나선다.  

 

점심쯤 숙소 주변에 눈길 닿는데로 거닐어본다. 판공초에 대한 내 한줄평은 '파랑의 끝판왕'이라고 짓고 싶을 정도로 내 눈앞에 펼쳐진 풍광들을 단순히 '파랑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미안할 정도로 각기 다른 파랑색들이 저마다 하늘과 호수를 수놓아서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수는 어찌나 눈 시릴 정도로 맑던지 바닥이 훤히 보이는데 또 조금 멀리서보면 하늘의 선명한 코발트색을 비춘다. 산은 어떠한가 해발 4천미터 고산지대라 나무 없는 벌거숭이 산이지만 그래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산을 구성하는 수많은 결들과 색이 각기 다른 흙의 모양들까지 어느 한 곳 눈길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내 눈앞에 들어오는 모습들을 단순히 어떤 색으로 퉁쳐서 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가는 발걸음보다 출사팀은 어떻게 이런 풍경이 있을 수 있을까 기막혀 하고 감탄을 연발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본인이 똥손이더라도 판공초에서는 셔터를 누리기만 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같은 지구에 있는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의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생명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호수위를 조용히 유영하는 새들과 호숫가에 돋아난 풀들과 그 풀을 먹는 소들. 비현실적인 풍경에 매료됐지만 지구 위 생명들과 함께 호흡하는 현실에 판공초가 있어 더 좋았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매료됐지만 지구 위 생명들과 함께 호흡하는 현실에 판공초가 있어 더 좋았다.

 

판공초 첫 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실컷 사진찍고 걸어다녀 몹시 배가 고프다. 가져온 신라면이 남아서 작은형님 부부와 같이 나눠먹는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과 같이 먹었는데 식당 직원 분들이 흔쾌히 주방 빌려주셔서 감사했다.

 

식당 직원 분들이 주방을 흔쾌히 빌려주셔서 덕분에 작은 형님의 혼이 담긴 라면을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밤이 올 것 같지 않던 판공초에도 밤이 찾아왔다. 작은형님 부부가 밤을 그냥 보내지 말고 밤출사에 가자고 한다. 4천미터 고산지대로 패딩을 입었는데도 으슬으슬 추웠다. 조금 걸어서 마을에서 나오는 빛에서 벗어나니 이럴수가 완전 별 노다지다. 산 위로 울룩불룩한 산 모양의 형체가 보였는데 맙소사 은하수란다. 판공초에서 은하수까지 직접 볼 줄이야. 

 

작은 형님 부부는 사진에 대해 좀 알고 계셔서 사진기를 고정시켜 줄 은하수 사진을 찍기좋은 곳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하다. 별 사진을 찍어본 적도 없고 내가 가진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는 그런 용도까지 생각하지 않은 모델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은하수 풍경을 도저히 눈으로만 담고 싶지 않았다. 형님, 누나가 주인도 잘 모르는 카메라를 이것저것 만져보며 최대한 밤사진을 찍을 수 있게 설정을 도와주었다.  

 

몇번 시도해 보니 형님, 누나 사진기는 그냥 하늘에 두면 사진기가 알아서 초점을 잡았는데 내 사진기는 예상했듯이 밤사진에 약한 기종이라 그냥 어두컴컴한 하늘에다 두면 별 초점을 아예 잡지 못했다. 누나가 내 기종은 불빛이 있어야 한다며 불빛 있는곳에 억지로 초점을 잡아두고 조리개값을 적당히, 노출시간을 최대로 늘려 찍었더니 사진에 별들이 잡히기 시작한다. 충분히 밤하늘을 담을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을 못 알아봐준 주인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같은 장소를 향해 조리개 값을 조정해 가며 최고의 한장을 찍기 위해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내 생애 처음으로 은하수를 보았다. 형님, 누나 사랑합니다! 

 

밤출사가 끝나고 형님, 누나 다들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그 피곤함 속에 만족감, 행복이 묻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는데 나 역시도 그랬을거다.

 

'판공초 오길 잘했다' 

 

사실 밤출사 마치고 새벽에 다시 한번 출사하자고 시간까지 말하며 헤어졌는데 형님, 누님은 피곤했는지 나오지 않아 눈 비비며 혼자 나서본다. 셋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혼자 하려니까 적막한 공기만이 가득하고 어디서 야생동물이 있는지 늑대 우는 소리 같은게 들려서 너무 무서웠다. 

 

달달달 떨면서도 순간 내가 서기 2018년인지 1018년인지 아니면 미래에 와있는 건지 여기서는 가늠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한가운데 서서 오직 나와 판공초 단 둘만이 조우하는 이 순간에서 영원을 느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인걸까.   

 

새벽 출사 나가기 전 숙소 앞에서. 보름달이 휘엉청 밝아 밤 출사보다 오히려 별이 보이지 않았다.

 

우주 한가운데 서서 오직 나와 판공초 단 둘만이 조우하는 이 순간에서 영원을 느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인걸까.  

 

 

 

(영상) 판공초 오전 출사하며 만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