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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823-0825) 인도 라다크(Ladakh) 레(Leh) 2, 판공초 여행과 달라이라마 성하 법회참석을 계획하다

1. 판공초(Pangong tso) 동행 구하기

 

레에서 가장 인기있는 투어 중 하나는 바로 판공초 여행이다. 판공초는 레에서 남동쪽으로 150km 떨어진 해발고도 4,350m에 있는 호수이다.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풍경과 함께 영화 '세얼간이' 촬영장소로 알려져 인도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판공초로 가기 위해서는 퍼밋 통행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1인은 신청할 수 없고 최소 2인이 함께 신청해야 발급해 준다. 레에서 가는 길이 멀어 보통 여행사를 통해 다른 여행자들과 지프쉐어를 통해 많이들 간다. 나도 그렇게 해야되나 하다가 론리플래닛에 판공초로 가는 현지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보았고 직접 버스 회사를 가보니 일주일에 3회 운행한다고 했다. 경비도 줄일 수 있지만 스피티 밸리에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고 마날리-레 구간을 넘어오면서 로컬버스 여행에 맛들인 나로서는 더할나위없는 선택이었다.

 

초모리리 호수 택시쉐어 모집글. 길을 걷다보면 여행사 유리창에 각종 차량쉐어 모집 글들이 붙어있다.

 

다음은 같이 갈 일행을 구하는 것이었다. 여행사 지프쉐어를 계획하면 해당 여행사에 문의하거나 직접 여행사 게시판이나 식당에 다른 여행자들을 구하는 글들을 써붙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나같은 경우 로컬버스를 타고 싶은 일행이 있을지부터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자주 갔던 네이버 인도 까페에서 레 지역 오픈 단톡방이 있는 것을 확인, 그곳에 글을 올렸더니 감사하게도 부부 여행자 2쌍이 같이 가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퍼밋 발급 신청 날 겸사겸사 아미고 한식당에 모여 얘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인상이 선하고 좋으셨다.

 

동행 분들을 잠깐 소개하자면, 

큰형님 부부 내외는 정년 퇴임하시고 꾸준히 같이 여행을 다니셨단다. 아프리카, 남미쪽도 다녀오시고 태국 치앙마이나 여행자들한테 평 좋기로 소문난 조지아 장기 생활도 하실 정도로 여행 경험이 풍부하신 베테랑들이셨다.

 

작은형님 부부는 결혼 4년차로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았다.

형님은 조경쪽에서 개인사업 하셨었고  형님이 누님한테 사업접고 덜컥 여행가자고 했을때 형님 결정을 존중, 다니던 직장 퇴사 후 동반여행을 온 것이라 했다. 와우! 

 

서로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이렇게 서로를 믿고 여행을 하는 모습에서 무엇을 해도 행복하게 잘 살아갈 분들이란 느낌이 물씬 들었다.

 

좋은 동행분들도 구해졌겠다 나머지 사항은 일사천리.

 

 

언제 봐도 든든한 레 왕궁

 

2. 달라이라마 성하 법회 참석 준비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풍족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는 라다크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그 이유를 몹시 알고 싶었다. 문득 작은 로컬 식당에 가도 잘 보이는 곳에 걸려있는 달라이 라마 사진을 보고 해답은 어쩌면 라다크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는 그분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인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중국 공산당의 박해와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1959년 티베트 라싸 포탈라 궁에서 육로로 인도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다람살라(Dharamshala)라는 인도 북부 중산간 지역에 터전을 잡고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게 된다. 

 

다람살라에 가면 꼭 한번 달라이 라마를 뵙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달라이라마 공식 홈페이지에서  9월 초에 4일 동안 대중법회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사전 접수가 곧 마감이라 일단 접수신청을 끝냈다. 신청 후 내가 정말 다람살라 법회에 간다면 당장 해야할 것들이 영수증 나오듯 주르륵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주일 남짓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서 당장 계획한 판공초 여행으로 3박 4일 보내면 최대 3일안에 법회가 있는 다람살라로 이동을 마쳐야 했다.

 

판공초 여행을 끝내면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 뚜르뚝이라는 마을을 가고 싶었는데 모두를 다 할 수는 없는 상황. 고민 끝에 내 마음이 가장 이끄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결론, 서둘러 다람살라 이동편을 알아보았다. 먼저 육로로 가능한지 알아보았는데 내가 계획한 것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면 이론상 가능했다.

 

1일차: 레-킬롱

2일차: 킬롱-마날리

3일차: 마날리-다람살라  

 

하지만 고산지대 장거리 이동이라 날씨 등 변수가 너무 많고, 시간과 체력적인 부분에서 너무 많은 무리가 갈 것으로 판단, 비용은 더 들더라도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스카이스캐너 가격을 살펴보니 가격이 턱없이 비쌌다. 인도여행 까페를 검색해보니 시내에 있는 여행사 가격이 더 낫다는 글을 보고 부랴부랴  여러 여행사를 돌며 발품을 팔았다.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 그나마 괜찮은 가격을 찾을 수 있었고 바로 항공권을 구입했다. 다람살라가 아닌 델리로 가는 항공편으로.

 

레에서 다람살라가는 직항도 없었고 델리 경유해서 가는 항공편 가격이 20만원이 넘어가는 비용에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궁여지책 끝에 일단 델리로 넘어가서 밤버스를 타고 다람살라로 가는 차선책을 택하면 법회 전날 아침에 도착할 수 있어서 해볼만 해 보였다. 

 

생각할수록 이런 대책없는 무대뽀 계획으로 무사히 다람살라에 도착할 수 있을 지부터 난감했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최선이었기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없는 시간 쪼개 발품팔아 얻은 레-델리 항공권, 덜컥 항공권을 지르고 난 후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불안함도 있었지만 후회, 미련이 없어 편안해 지는 부분도 있었다.

 

3. 판공초는 메인이 아니라 보너스

 

사실 판공초를 더 일찍 가고 싶었으나 처음 퍼밋 요청한 여행사와 소통이 잘 안돼 계획이 틀어졌었다. 판공초 가는 다음 버스는 3일후에나 있었다. 갑자기 붕뜬 시간에 의욕도 없고 마음도 싱숭생숭했다. 헛헛한 마음을 달랠 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레 왕궁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Namghal tsemo(victory top) 절에서 부처님 모시는 작은 법당에 절 드리고 난 후 가만히 앉아 명상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시내 chokang 절에서 절을 드리기도 했다.

 

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3일의 시간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판공초 여행을 계기로 함께할 좋은 동행들을 만날 수 있었고, 우연히 알게된 달라이라마 법회에 참석하고자 다람살라 이동 준비를 서둘러 마칠 수 있었다. 망쳐버렸다고 생각한 이 기간동안 잊지못할 다음 여행의 초석을 닦은 셈 아닌가.

 

라다크 여인들의 거친손, 검게 그을린 피부, 깊게 파인 주름과 그들 앞에 놓인 싱싱한 채소들과 탐스러운 살구에서 나는 다채로운 빛깔들은 라다크 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똑같이 아름답다. 

 

어떤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오히려 생각치 못한 행운이 그속에 있을 수 있기에 그 상황에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항상 하고 싶은 것 모두를 다 하고야 말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자. 

여행 자체가 축복이자 덤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매몰되지 말자.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을 행운도 놓쳐버리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