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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808-0809) 인도 키나우르(Kinnaur) 1, 칼파(kalpa) '일본인 노부부와 Kaju 삼촌과의 만남'

(180808) Kaza-Reckong Peo 이동, Kaza에서 조난당할 뻔하다

 

마날리에서 있다가 우연히 알게 된 스피티 밸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갈지 말지 고민하다 키 곰파의 사진 한장을 보고 덜컥 가보자고 결정하였고 길어야 일주일이라고 생각한 이곳에서 3주 동안 머물렀다.

 

 Tabo에서 Kaza로 돌아온 후 하루 한 대 마날리에서 Kaza로 오는 버스가 전날 폭우로 길이 막혀 오지 못했다. 나 역시 Kaza에서 Tabo 가는 길에 만난 폭우로 위에서 돌이 굴러 떨어져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데 요 며칠사이 스피티 밸리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이 지역에서 폭우라니. 

 

날씨도 그렇고 9월이면 벌써 동절기가 시작되는 지역이라 길이 막힐 수 있어 슬슬 레로 이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날리 가는 길이 막혀있으니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마날리에서 한 일본인 여행자가 바이크로 Reckong Peo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한바퀴 빙 돌아서 왔다고 말한 것과 통행증을 발급해준 공무원 아저씨가 Kinnaur Valley에 치트쿨(Chitcul) 지역이 참 아름다우니 꼭 가보라고 한 기억이 나 그쪽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스피티 밸리 kaza에서 manali로 가려는 계획 변경, kinnaur 지방으로 한바퀴 빙 우회해서 가기로 결정했다(출처 : LONEY PLANET INDIA 17th edition)

 

Reckong Peo로 가는 버스가 아침에 있어 서둘러 짐을 챙겨 나갔다. 3주 동안 Kaza에 머물며 스피티 밸리 마을들을 들락날락할 때 항상 따뜻하게 맞아준 Lhasa 게스트하우스 가족들을 생각하니 감사함과 함께 어느새 이곳에 정이 많이 들었음을 느낀다. 일찍 나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갔는데 여행하면서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버스를 탈 때 먼저 온 사람이 앉고 싶은 좌석을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경험상 제일 좋다고 생각한 가운데 자동문 바로 뒷좌석(비행기로 치면 비상구 좌석이 공간에 여유가 있어 인기가 있는 것처럼)에 미리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내 옆자리 앉은 사람이 종이 승차권 뭉텅이(천원 주면 백원짜리 승차권 10장 주는 식) 뒤에 좌석 번호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하염없이 누가 찜해놓은 자리를 앉을까봐 사서 고생을 했다. 이곳도 다 사람이 살고 있어 나름의 규칙이 다 있을텐데 아예 없을거라고 생각한 내가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했다.

 

버스가 순조롭게 가는가 싶더니 오전 10시 Tabo 마을 들어가기 전에 멈춰섰다. 전날 밤 폭우로 산에 흙 무더기들이 쏟아져 나와 길을 점령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들이 시멘트 반죽처럼 질퍽거리고 양도 많아 오토바이도 못지나갈 정도였다.

 

이제 더 이상 지체말고 레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날리 방향이 막혀서 우회하는데 이길도 막히면 Kaza에서 조난을 당하겠구나 싶었다. 

 

간밤에 내린 폭우로 흙 무더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앞에 전날 갔었던 Tabo 마을이 보이는데 폭우로 시멘트 반죽같이 길이 엉겨붙어 도로가 막혔다 

 

오토바이며 차량들의 행렬이 계속 늘어난다.

 

한시간 반 쯤 지나자 Tabo 마을 방향 쪽에서 JCB 굴삭기 한대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기적처럼 다가왔다. 그 후 1시간 동안 진창길 속을 휘젓고 다니며 길를 척척 정리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현실판 아이언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의 아이언맨 JCB 굴삭기 기사님

 

(영상) 모세길이 열리는 현장

 

우리의 아이언맨 기사님 도움으로 길이 열리고 버스는 길따라 계속 향한다. 오후 3시쯤 생명이 살 것 같지 않던 지형들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다가 Nako란 마을에 도착했다. 동화에서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원래 계획은 Nako 마을있다가 넘어가는건데 앞에서 길이 막히는 걸 경험하고 생각이 바뀌어 Reckong Peo까지 계속 가기로 했다. 

 

밤 8시쯤 날이 어둑어둑해져서야 겨우 Reckong Peo에 도착했다. 피곤함보다는 별 탈없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점에 무한한 감사함이 들었다,

 

 

(180809) 칼파(Kalpa), 일본인 노부부와 Kaju 삼촌과의 만남

 

전날 Peo에 도착한 후 숙소를 구하던 인도 여행자 2명을 만나 방을 쉐어해 방값을 아낄 수 있었다.

 

Kalpa란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 숙소 근처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에서 고기가 먹고 싶어 Mutton Momo(양고기 만두)를 시켰는데 눈이 번쩍 뜨일만큼 정말 맛있었다. 어제 고생했다고 양들이 내 속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작고 허름한 식당에서 인생 만두를 맛봤다

 

Peo에서 1시간 정도 언덕길을 계속 올라 Kalpa에 도착했다. 풍경이 좋은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는데 관광지라서 저렴한 숙소를 찾는데 애먹다가 볕 잘 드는 잔디밭 마당이 마음에 든 숙소를 찾아 약간 흥정만 하고 바로 자리 잡았다.

 

Kalpa 마을 전경/초록빛 산들을 보면서 고도가 낮은 곳에 왔음을 실감했다. 사과가 유명하다고 한다.

 

마을 내 불교 사원에서.. 지붕의 선이 꽤나 날렵하다.

 

마날리에서 본 것과 비슷한 전통가옥 구조를 Kalpa에서도 볼 수 있어 문화권이 같다는 것을 집작해 볼 수 있었다.

 

숙소 찾는다가 이러저리 다니고 오르막 길이 많아 금새 배가 고파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 일본인 노부부가 들어오셨다. 보기드문 아시아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는데 기본적인 영어만 하실 줄 알아 번역기로 얘기를 나눴는데 놀라운 분들이었다.

 

할아버지는 76세, 할머니는 67세인데 할머니께서 최강 동안에 아름다우셔서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도에서 3달 있다가 파키스탄으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하시면서 Peo에서는 2주 있다가 Kaza로 갈 생각이라고 하셨다. 며칠 전 Kaza에서 넘어온 여행자로서 길 자체도 험난하고 날씨,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을 겪은터라 내가 가진 모든 최신정보를 그분들께 다 알려주었다. 

 

연세가 있음에도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휴양이나 관광이 아닌) 열정적으로 사시는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나이가 들더라도 저분들처럼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길 어딘가에 들어갔던 식당에서 일본인 노부부 여행자들을 만났다. 늙었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 연령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삶을 대하는 지에 따라 나뉜다는 것을 그들로부터 배웠다 

 

일본인 노부부를 만나고 마을 구경을 하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마을에서는 상당히 목이 좋은 중심부 쪽에 자리잡은 가게 아저씨가 대뜸 짜이 한잔 하고 가란다. 사실 이 아저씨랑은 구면이었는데 Kalpa에 막 도착해서 숙소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있었을때 숙소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셨었다. 처음엔 관광 호객인줄 알고 들은체 만체하다가 직접 둘러보니 아저씨 정보가 정확히 맞았다는 걸 알게 되고 조금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 휙 지나가려던 나를 부른 것이다. 

 

솔직히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컸으나 호의를 베풀었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내게 다시 그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또 이 아저씨는 어떤 분인지 궁금한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응했다.

 

자기 소개를 하며 몇마디 얘기를 나누는데 이 삼촌 입담이 장난 아니었다. 영어도 꽤 하시고.

 

Kaju 삼촌은 이곳 kalpa에서 태어나고 자랐단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로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서 지금은 목이 좋은 곳에서 번듯한 상점을 운영하는 주인이 되셨다고.. 옆에서 짜이 홀짝거리면서 삼촌과 얘기 나누는 와중에도 많은 동네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린다. 

 

본인은 가게 운영하느라 어디 못가니까 여행자들과 이야기하는데 큰 관심이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왕성한 분 같았다. 이야기하다 밥 시간이 됐는지 가게를 아는 사람한테 맡겨놓고 집까지 같이 가자고 초대해 에라 모르겠다 따라 나선다. 

 

삼촌은 앞에 사과농장이 있는 크고 깨끗한 집에 살고 계셨다. 어머니가 계셔서 인사를 나누고 집 구경을 한다. 낯선 이방인에게도 선뜻 다가서고 따뜻함을 건네주는 그 마음의 넉넉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고 문을 닫으려 했던 내 행동에 깊은 반성이 들었다. 

 

kaju 삼촌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에서

 

고단한 여행길이지만 여행이 아니었으면 못 만났을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 참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