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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730-0731) 인도 스피티 밸리(Spiti Valley) 8, 마을 트레킹 마지막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만난 큰 기쁨'

(180730) 랄룽(lhalung)-단카르(Dhankar) 트레킹

 

데물(Demul) 마을에서 사지를 넘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랄룽(Lhalung) 마을에서 꿀맛같은 휴식 후 스피티밸리 마을트레킹 마지막 목적지인 단카르(dhankar) 마을로 이동한다.  1시간 가까이 걸었을까. 건너편 멀리 협곡 뒤로 하얀 점들이 희미하게 알알이 박혀 있었는데 데물(Demul) 마을이었다. 먼 거리에서 봐서 그런 것일까. 내가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 협곡을 타고 강 따라 가다 죽을뻔한 것까지 아득하게 느껴진다.

 

높고 황량한 산들이 만들어낸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 뒤로 자리 잡은 Demul 마을을 보니 신선이 살고 있을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뿜는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이런 아름다움 오래 간직하고 느끼기 위해서라도 잘먹고 잘살자고 다짐한다. 

 

 

저멀리 하얀 점들이 알알이 박힌 데물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틀전 랄룽 마을까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건너왔다는 게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1 Dankar 가는 길에서 만난 파노라마,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만난 큰 기쁨'

 

구불구불 차도를 벗어나 맵스미가 가리키는 지름길을 따라 가로질러 간다. 홈스테이 주인부부께서 싸주신 잼바른 짜파티를 먹으며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풍경을 바라보다 짜파티 한조각을 바닥에 흘렸다. 그러자 땅주변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던 개미 한 마리가 짜파티를 발견하고 다른 동료 개미들한테도 더듬이를 통해 알린다. 황량한 땅에서 달디단 잼을 만날리 없는 개미들이 내지른 기쁨의 탄성이 인간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 하다. 나는 다른 남은 조각을 바닥에 두고 길을 향했다.  

 

트레킹 중반부쯤 드러서자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파노라마 전경을 맞닥뜨린다. 아 그 순간의 전율이란. 

 

누가 시켜서 하지 않은, 내가 선택한 길은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기에 불안했고 고단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묵묵히 감내하다보니 그 고생이라고 생각한 것도 내 성장의 밑거름이라 자각하는 좀 더 성숙해진 내 자신을 만나기도 했으며, 때로는 과분할 정도로 큰 기쁨과 행복을 만날 수 있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었던 고민의 순간에 내 마음을 따라간 결정을 해준 내 스스로한테도 감사할 따름이다.

 

 

언덕에 가려졌던 대자연을 갑자기 마주한 순간의 그 전율이란!

 

핀 밸리(Pin Valley)에서 흘러나오는 핀 강이 스피티 강과 합류하는 지점 언덕에 자리잡은 단카르(Dhankar)에 도착했다. 단카르 마을은 스피티 밸리에서 또 하나의 오래된 단카르 곰파가 있다. 단카르 곰파도키 곰파와 같이 깎아지는 절벽에 자리잡고 있어 그 주변 풍경이 장관이었다. 낡은 곰파를 대신하기 위해 2009년도에 마을 중심부에 곰파를 새로 지었다고한다. 스님들은 이곳으로 옮겨 생활하고 있었고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도 마련돼있어 그곳 도미토리 룸에 짐을 풀었다.  

 

 

단카르 호수 가는 길에서/단카르는 현지어로 '요새'란 뜻으로 스피티 강과 핀 강이 합쳐지는 험준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단카르(dhankar) 좌측 바위 절벽에 옛 단카르 곰파가 보인다

 

#2 단카르 호수(Dhankar Tso)

 

숙소에 짐을 풀고나니 아직 시간이 있어 1시간쯤 올라가다보면 단카르 초(호수)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한다. 1시간은 맞는것 같은데 경사가 가파른 길이 주구장창 이어져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급경사길을 넘기고 넓고 평탄한 길이 나오면서 호수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호수 주변에는 새롭게 칠한 자그마한 탑이 자리잡고 있었고 양과 소떼들이 호수 가까이에 자라난 풀들을 먹거나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평화롭던지 호수에 산과 하늘이 훤히 비치는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바라보고 있으니 곧 내 마음도 평온해진다. 그러다 그중 한마리가 풀을 뜯다가 무리를 이탈하자 양치기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부리나케 달려나가 다시 무리로 데려왔다. 걸어도 숨찬 고산지대에서도 저렇게 뛸 수 있구나 싶었다.   

 

 

단카르 호수/호수 주변에 돋아난 연한 풀들은 짐승들에게 귀종한 먹이가 되었다.

 

#3 숙소 복귀 & 여행자들과 만남

 

숙소에 딸려있는 식당 음식 가격이 꽤 비쌌다. 뭐하면 다 200루피가 넘어갔다. 숙소에서 조용히 쉬고 싶었지만 잡아놓은 도미토리 방에도 다른 일행이 있었고 방 앞이 테라스라 다른 방 여행자들로 북적여 제대로 쉴 수가 없어 힘들었다. 

 

도미토리를 같이 썼던 일행과 테라스에서 왁자지껄 소란피웠던 여행자들과 숙소 식당에서 (자리가 부족해)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빨리 밥만 먹고 일어나야지 했는데 그들과 얘기 좀 나누다 카드게임까지 같이 하고 만다. 

 

나랑 같이 방을 썼던 일행은 영국 여자, 체코 삼촌이었는데 일정이 맞아 같이 오게 되었다고 하고 소란피우던 다른 일행도 남자 셋이었는데 이쪽도 인도에서 만나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데 상당히 죽이 잘 맞는 것 같았다. 

 

한명은 한국 교환학생 1년 갔다온 친구도 있었고 다른 한명은 네덜란드에서 온 삼촌이었는데 영어발음 제일 알아먹기 힘들었지만 개그감 넘치는 유쾌한 아재라 재밌었다. 그 사람은 심각하게 말하는데 왜 이렇게 빵터지던지.

 

피곤하기도 하고 영어도 못알아듣겠고 같이 카드게임하는데 룰도 잘 모르겠고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는데 특히 한국 교환학생, 네덜란드 아재가 많이 배려해 줘서 같이 즐길 수 있었다.

 

(추가) 같이 한 카드게임 이름이 '쉿헤드(Shit Head)'란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타이틀을 가진 게임이어서 나중에 검색해보니위키피디아에도 나오는 걸로 보아 꽤 인기있는 게임인 것 같았다.

https://en.wikipedia.org/wiki/Shithead_(card_game)#cite_note-pagat-2 

 

 

Shithead (card game) - Wikipedia

Shedding-type card game ShitheadA hand during a game of ShitheadAlternative namesNumerousTypeShedding-typePlayers2–4 (recommended)/unlimited depending on the number of cards availableSkills requiredMemory, quicknessCards52 or moreDeckFrenchPlayVariableCard

en.wikipedia.org

 

 

단카르 곰파에서 만난 개구쟁이 동자스님들/온몸이며 승복에 흙먼지 다 뒤집어 써가며 흙장난치는 동자승들의 선하고 건강한 웃음이 보는 나도 미소짓게 만든다. 옷 더러워졌다고 너무 혼내지 마셔요 큰스님~ 

 

 

(180731) 단카르 곰파(Dhankar Gompa), '1200년 전 스님의 시선을 따라'  

 

어제 즐거운 시간 보냈던 일행들은 단카르 호수를 본다고 했고, 나는 곰파 아침 기도에 참석후 어제 못본 단카르 곰파를 보기로 했다.

 

비탈진 곳에 자리잡은 집들을 배경으로 노부부가 한창 완두콩 수확하는 모습이 정겹고 경이롭다 

 

바로 앞에 보이는 것도 막상 걸어가면 꽤 걸리는 현상을 스피티 밸리에서 자주 경험한다.

 

스님들은 크게 지어진 새로운 곰파에서 수행을 정진하고 있지만 옛 단카르 곰파는 여전히 1,200년의 세월을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스피티 밸리와 핀 밸리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1,200년 전 수행에 정진했을 단카르 곰파 스님들이 바라봤을 시선을 따라 찬찬히 바라보니 마치 그 시간에 머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200년 전 수행에 정진했을 단카르 곰파 스님들이 바라봤을 시선을 따라 내 시선도 그곳에 천천히 머물렀다

 

 

<(영상) 랄룽-단카르 마을 트레킹과 단카르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