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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729) 인도 스피티 밸리 (Spiti Valley) 7, 마을 트레킹 4 '양손가득 완두콩에는 스피티 밸리가 담겨져 있네'

(180729) 랄룽(Lhalung) 2일차

1. Serkhang 곰파(golden temple)와 텐진(Tenjin) 스님

 

전날 데물 마을에서 내려오다 마음속에 꽉 들어찬 욕심이 스스로를 사지로 내몰았다. 랄룽 마을에는 Serkhang 곰파라는오래된 절이 있어 중생의 어리석음을 자비로써 보듬어주신 부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가보았다. 

 

곰파는 '텐진(tenjin)'이라는 노스님 한분이 관리, 운영하고 있으셨다. 구글에 검색해 보니 텐진 스님은 지난 30년동안 Serkhang 곰파를 지켜오셨다고 한다. 곰파 문이 잠겨져 있어 정중히 스님께 절을 보러 왔다고 요청드렸다. 스님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의복을 가지런히 한 뒤 다시 나오셨다. 

 

텐진 스님은 곰파 내부를 찬찬히 보여주시면서 곰파의 역사를 간단명료하게 영어로 설명해 주셨다. 곰파는 서기 300년 전후 처음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법당 내부를 둘러보니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각족 목각 장식과 금칠한 부처님이 인상적이었다.

 

- 텐진 노스님 관련 링크(구글에 검색해 보니 텐진스님은 지난 30년동안 Serkhang 곰파를 지켜오셨다고 한다.)

https://www.newstrackindia.com/photogallery/images/view/2195-Lhalung-Gompa-of-Lhalung-monastery.html

 

 

Serkhang Gompa(Golden Temple)

부처님께 인사드린 후 전날 마을 입구에서 계곡, , 마을, 설산 모두가 보였던 베스트 뷰 장소로 사목사목 걷는다. 날씨가 쨍하고 맑아 어제 날씨가 우중충해서 몰랐던 마을 뒤 설산도 깨끗하게 보인다.

 

풍광도 풍광이지만 어떻게 이런 높고 험준한 자연 속에서 자리를 잡고 메마른 대지를 초록빛으로 물들였는지 티베트 인의 강인한 정신력에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느낀다.

 

랄룽마을 전경/험준한 자연 속 메마른 대지를 초록빛으로 물들인 티베트 인의 강인한 정신력에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청명하고 드넓은 하늘을 마주하는 일은 어느덧 높은 콘크리트 빌딩 건물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사치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마을 사람들이 밭에서 한창 완두콩을 수확하는 사이, 빨래와 겨울내 쓸 장작더미는 햇볕에 말라가 다시 쓰임을 준비하고 있다 

 

2. Angmo 홈스테이, 주인 부부 덕분에 몸, 마음을 추스리다

 

마을은 완두콩 수확철로 제일 바쁜 시기였다. 내가 묵었던 Angmo 주인부부도 전날 종일 밭에 있다가 저녁 늦게되서야 돌아오셨다. 아침을 8시쯤 먹었는데 주인 부부는 벌써 나갈 채비를 하신다.

 

 2시쯤 되자 콩밭에 나가있던 삼촌이 오셔서 직접 밥을 해주셨다. 삼촌은 밥 먹으면서도 신경은 온통 콩밭에 가있는 듯 보여 제일 바쁠 때 삼촌을 불러낸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삼촌은 집안에 있어도 손을 한시도 놀리지 않는 매우 부지런한 분이셨다. 점심 준비를 하면서도 집안일이 보이면 바로바로 끝내셨다. , 화장실이 깨끗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모는 종일 완두콩 수확하랴 많이 고단하실텐데도 홈스테이에 지내는 동안 맛있는 음식을 해주셔서 내내 감사했다. 전날 저녁은 꽃빵같이 생긴 빵에 커리를, 오늘 저녁은 무려 야채 모모(Momo, 현지식 만두)를 만들어주셨다.

 

전날 생사를 오간 탓에 몸, 마음이 녹초였지만 Angmo 주인 부부 덕분에 깨끗한 방에 음식도 잘 나오니 잘 추스릴 수 있었다. 

 

 

3. 완두콩 수매현장을 지켜보며, '양손가득 완두콩에는 스피티 밸리가 담겨져 있네'

 

점심 먹고 밀린 빨래 좀 하고 한숨 잤는데 깊이 잠들었는지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다. 아저씨네 콩밭 구경 좀 가려고 했는데 저 앞에 금방이라는 아저씨의 바디랭기지와 달리 아저씨도 안보이고 막상 밭으로 나가보니 생각보다 커 어디로 가야될지도 모르겠어서 다시 나왔다.

 

마을 버스 종점에 큰 트럭과 마을 사람들이 몰려있어 가보니 갓 수확한 완두콩을 수매하고 있었다. 수매 담당자랑 얘기 나눌 수 있었는데 수매한 콩은 1 2일 일정으로 심라(simla)를 거쳐 곧바로 뉴델리로 가져간다고 했다. 한 포대당 40kg으로 밭이 비탈져서 그동안 열심히 놀고있던 당나귀들이 밥값을 하느라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한 아지매는 자투리 완두콩까지 싹싹 긁어모아 수매업자들한테 넘긴다. 저런 알뜰살뜰함이 있어 농사기간(5월-9월)보다 더 긴 8개월 동안의 혹독한 겨울을 지탱해 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완두콩 수매현장/랄룽 마을은 완두콩 수확에 한창이었다

 

수매업체 관계자들이 나무에 저울를 매달아 즉석에서 무게를 재는 최첨단 공법으로 수매를 진행하고 있다

 

 

바깥에다 풀어놓았던 말, 양떼무리들이 마을로 돌아와 각자 집으로 퇴근할 때쯤 나도 숙소로 들어갈 채비를 한다. 그 많은 무리가 제 알아서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것이며 마을 사람들도 자기 가축들을 알아보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한 할아버지가 당나귀 1마리에 콩 싣고 가셨는데 현지어로 인사를 드렸더니 대뜸 양손가득 완두콩을 담아주고 가셨다.

 

뜻밖의 푸근한 선물에 내 마음도 가득 따뜻해진다. 

다시 한 번 현재 이 순간에 내가 있다는 것에 가슴 깊이 감사 기도 드린다. 

 

'진정한 부자란 단순히 경제적으로 넉넉함을 뜻함이 아니다. 가진 것이 조금일지라도 타인과 나눌 줄 알고 그것에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진정한 부자이고 행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고된 노동을 통해 손수 수확하신 것을 나눠주는 할아버지 모습에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각 수확한 완두콩의 싱싱한 연두빛 빛깔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싱그럽게 해주었다. 그 자리에서 완두콩을 하나 까먹어 보았다. 과장이 아니라 완두콩이 이리도 달고 맛있는 것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고소롬하면서도 씹으면 달짝지근한 즙이 새어나왔는데 먹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었다. 

 

갓 수확한 완두콩으로 스피티 밸리의 햇살, 바람, 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맺어진 결실을 오감으로 느낀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분에 넘치는 행복을 받는걸까...'

내가 받은 선물 같은 행복들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수매현장에서 발각된 범죄현장>

 

1 아무일 없는 척
2. 목표포착 
3. 범행
4. 무슨일 있었수?

 

완두콩을 싣고 가던 한 할아버지께서 내게 양손가득 완두콩을 건네주셨다. 할아버지는 내게 따뜻한 마음뿐만 아니라 큰 울림까지 주셨다

 

<(영상) 인도 스피티밸리 랄룽(Lhalung) 마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