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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722-0723) 인도 스피티 밸리(Spiti Valley) 3, 치참(Chicham) '열려라 차원의 문'

(180722-0723) Chicham 마을 

  #1 첫 마을 홈스테이, Padma 이모와의 만남

 

키 곰파에서 2박 3일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오후에 카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종점마을인 Chicham 마을로 이동했다. 원래 계획은 Chicham 전 마을인 Kibber에서 묵으려고 했는데 키 곰파에 묵으면서 알게 된 샨따누의 소개로 계획을 변경했다. 

 

Chicham 마을에 도착할 때쯤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굵어지는데 샨따누가 소개해준 Takpa 홈스테이가 당최 보이지 않는다.

'샨따누 말로는 버스에서 내리는 곳 코앞에 있다고 했는데 어디있다는 거야...'

홈스테이를 운영한다면 간판이나 표식이 있겠지 생각했던게 큰 착각이었다. 그냥 누구네 집 이런 식인 민가였던 것이다. 

 

어렵사리 같이 버스탔던 주민들에게 'Takpa?(Takpa 홈스테이는 어디에 있어요?)'라고 물으니 다행히 알아들으신다. 그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물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Takpa 아저씨의 부인 Padma 주인이모를 만나 겨우 짐을 풀 수 있었다. 

 

구조는 거실 가운데 난로가 있었는데 열기로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스토브를 겸했고 연료는 야크 똥 말린거를 사용했다. 한쪽 벽면에는 장식장에 각종 화려한 집기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집안의 부를 드러내 주는 용도로 사용되는 듯했다. 

 

화장실은 우리나라 예전 푸세식 화장실과 같았는데 볼일보고 옆에 쌓아둔 흙으로 덮어 나중에 거름으로 사용하는 에코 시스템이었다. 신기하게도 악취가 없고 은은한 흙 냄새 정도만 나는게 인상적이었다. 

 

나 말고 인도인 커플 Nitish와 Anjali가 홈스테이에 먼저 와있어서 저녁을 먹으며 인사를 나눈다. 스피티 밸리는 전에도 몇번 와봤다고 했다. 남자친구인 Nitish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작년 겨울에 둘이서 유럽 아이슬란드 오로라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오로라와 함께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수두룩 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아이슬란드 여행 경비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갔다온 것으로 보아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한 듯 싶었다. 

 

인도인 커플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padma 이모에게 계속 시선이 갔다. 그 이유는 이모 인상이 너무 좋으셨는데 특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으실때 그 선함과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어떻게 그런 미소를 지니셨을까. 그녀가 삶을 임하는 자세, 태도가 미소에 배어나오는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받은 방은 사람이 쓴 흔적이 없는 오래된 방이었다. 아마 손님방 하나 정도 운영하는데 인도 커플이 먼저 와 다른 안쓰는 방을 주신 듯했다. 방안에 먼지가 너무 켜켜이 쌓여 있어 함부로 손댈 수가 없을 정도라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침구류는 거기에 비하면 새거라 이불을 반으로 포개 송충이 같은 모습으로 잤다.

 

 

  #2 귀구()동굴 트레킹, 열려라 차원의 문

 

이른 아침 눈이 떠져 숙소 밖을 나가본다. 공기가 무척 차가웠지만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니 내면의 평화가 가득 밀려온다.

 

거실에서 아침을 기다리는데 Padma 이모가 낮은 목소리로 자주 '음~~~' 하고 입 머금은 소리를 내시면서 분주히 움직이신다. 그 모습이 의아해 가만히 집중해서 듣는다. 아마 '옴 마니 반메 홈' 같이 기도를 드리는 듯 한데 이상하게 이모의 기도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고요히 아침을 열고있는 Chichim 마을/약 30가구 100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2017년 철교가 완성되기 전에는 교통이 불편해 깊이 150m에 이르는 협곡 사이에 도르래를 매달아 물자를 이동시켰다고 한다.

 

Padma 이모네 당나귀/마을마다 담을 둘러 가축을 기르는 공간이 있었고, 겨울에는 날씨가 무척 추워 실내에 가축을 둔다고 한다.

 

 척박한 자연을 터전삼아 삶을 일구어 온 스피티 밸리 사람들에게 경외심이 들었다.

 

버스 종점, 샨따누의 소개만 받고 어떤 계획도 없이 Chicham 마을에 들어왔다. 전날 홈스테이에서 만난 인도 커플이 주변에 로컬사람들만 아는 Shinmo khapda란 동굴이 있어 트레킹할 계획이란 말에 냉큼 합류한다. 동굴 이름 뜻이 뭐냐고 물으니까 현지어로 Shinmo는 '귀신' Khapda는 '넓게 벌린 입'이란 뜻으로 귀신이 아가리를 크게 벌린 형상을 하고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귀구() 동굴이라니. 허허 이름 한번 으스스하다. 그 동굴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고, 로컬 가이드가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침으로 갓구운 차파티와 계란후라이 그리고 직접 키우는 소젖으로 만든 버터와 짜이를 내오신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 padma 이모를 통해 소개받은 가이드 아저씨, 인도커플과 함께 귀구 동굴 트레킹에 나섰다. 한나절 트래킹이기에 이모께서 친절하게도 점심 때 먹을 짜파티와 짜이도 손수 싸주셨다. 마을 들판을 가로지른 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길을 계속해서 올라가야 했다. 마을 해발고도가 이미 4,100m를 넘어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숨이 가빴고 누가 내 발을 붙잡고 안놓는 듯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가이드 아저씨는 평온한 얼굴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 일행을 말없이 인솔하는데 왜 이렇게 나는 죽을 맛인지.  

 

트레킹 전 먹은 아침식사/가스가 보급됐지만 말린 야크똥은 여전히 마을의 소중한 연료이다. 거실 화덕에서 말린 야크똥을 연료로 보온과 간단한 음식 조리까지 할 수 있다..   

 

 

날라댕기는 현지 가이드 아저씨를 보고 축지법을 쓰는 듯 했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 걸음인것 같았지만 뒤에 마을들이 하얀 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트레킹하며 만난 설산 아래 Chicham 마을 전경

걸을 수록 경사는 가파라졌고, 길은 미끄러워 집중해서 걸어야 했다. 아직 동굴에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구름아래 스피티 밸리 대협곡의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우리 일행은 모두 환호성을 질러댔다.  

 

내 자신을 압도시키는 대자연과 맞닥뜨리니 대자연 속에 나란 존재는 티끌과 같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겠지만, 동시에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에 초청되어 함께하는 이 순간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그 감사함을 바탕으로 선물같은 삶 속에서 자연,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에게 이로운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무한한 동기가 샘솟는 듯했다. 

 

헉헉 거리며 올라가다 스피티 밸리 대협곡이 내려다 보일 때 탄성을 내질렀다. kibber, 키 마을도 함께 보인다.

 

마침내 동굴 입구가  보인다. 동굴 뒷편에서 바로 가는 길이 없어 빙돌아가는데 입구는 앞에 보이는데 길이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귀신의 아가리'라는 동굴 이름답게 넓은 입구가 자리잡고 있다

 

동굴 입구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데 가이드 아저씨 말로는 이게 끝이 아니란다. 내부로 들어가면 고대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이런 무지막지하게 높은 곳에 고대인의 흔적이 있다고?

 

귀신의 아가리에 들어가기 전 꿀맛같은 휴식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일행을 따라 동굴 탐험에 나선다.

 

 

넓은 아가리 입구를 통과해 내부로 들어가니 점점 길목이 좁아지더니 사람 한명 간신히 지나갈 공간이 나온다. 간신히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빛이 들어오는 방향 쪽으로 걸어가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깎아지는 낭떠러지 앞에 펼쳐지는 꿈보다 더한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시간이 멎은 듯한 풍경에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움직임을 그대로 비추며 호응하는 산들의 모습으로 시간의 흐름을 겨우 알 수 있었다. 미세먼지라곤 전혀 볼 수 없는 뚜렷한 시계() 덕분에 산 정상에서 내려와 쌓인 흙 알갱이들 위로 언제 내렸는지 모를 빗줄기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풍경에 감탄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 아저씨는 신성한 존재에게 예를 표할 때 쓰이는 흰 천을 품 속에서 꺼내 이곳 신들에게 정성껏 기도를 드린다.

 

낭떠러지 옆 우뚝 솟은 큰 바위 주변으로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대로 빨간색으로 선명히 그려진 고대벽화가 있었다.

주술적인 문양들 사이로 해, 사람, 동물 그림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해발고도 4천미터를 훌쩍 높은 이곳에서 고대인들과의 조우라니.

벽화에 손대면 또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차원의 문이 열릴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근처 마을에 암모나이트 화석이 많이 발견됐다고 하니 처음부터 높은 지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각변동으로 융기해서 현재에 이른게 아닌가 과학적으로 접근해본다. 하지만 이내 접고 이 순간만큼은 상상력 흐름에 의식을 맡긴다.

 

벽화에 손을 대면 차원의 문이 열려 벽화를 그린 고대인들을 금방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술적인 문양들 사이로 해, 사람, 동물 그림이 선명히 보인다.

 

 

  #3 트레킹 복귀 후, Padma 이모의 선한 미소를 오래 볼 수 있으려면

 

8시반 출발한 트레킹은 오후 4시를 넘어서야 숙소로 복귀할 수 있었다. padma 이모가 반갑게 맞아주니 내 집 같이 포근하다. padma 이모, 인도 커플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미로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Padma 이모는 나이 39살, 남편 takpa는 36살이란다. 그래서 홈스테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누구네 집이라고 붙여진 것이구나. 남편은 로컬 트레킹 가이드로 일하고 있어서 현재 한 여행자 그룹을 인솔해 다른 마을에 있단다. 

 

이모가 25살때 결혼했는데 결혼식 치르고 고향에서 남편이 있는 chicham 마을로 와야 했는데 눈 때문에 길이 막혀 2달 기다린 후에서야 이 마을에 올 수 있었단다.

 

남편이 3살 연하인게 흥미로워 나이가 적은 남자랑 결혼하는게 자주 있냐고 묻자 자주는 아니지만 상관 없단다. 

 

선한 미소를 가진 padma 이모가 자꾸 인상을 찌푸려 뭔가 했더니 치통이 있다고 했다. 인도인 커플한테 가지고 있는 진통제 복용법 물어보는 걸 보고 이모의 미소 속에 가려진 어떤 이곳 삶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작년 말에야 철교가 개통돼 카자에서 마을버스도 오가지만 그전에는 더 많은 제약이 있었으리라 쉽게 짐작이 갔다. 아프면 집 가까이에 있는 약국, 병원에서 쉽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혜택을 받아왔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마을 사람들의 현실적 제약을 상상하기 어려웠다.(그후에 Demul이란 다른 마을에서 치통을 앓던 중년 여성이 통증이 너무 심한지 사람이 왔는데도 안중에 없고 거의 쓰러지다시피 끙끙 앓아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키 곰파에서 샨따누와 스피티 밸리의 급속한 관광화와 무분별한 개방에 따른 많은 문제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된 문제들은 분명히 우려스러운 부분이었으나 지리, 기후, 교통 등의 제약으로 사실상 고립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스피티 밸리 지역 사람들에게도 의료서비스와 같은 기본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공공서비스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개발을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해 보였다.

 

선한 미소를 지닌 Padma 이모 덕분에 자연에 순응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스피티밸리 지역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태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Padma 이모와 인도 커플 여행자 Nitiish와 Anjali/균형잡힌 개발로 Padma 이모의 선한 미소를 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이정표 안의 세상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것 Chicham 마을 여행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