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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711-0716) 인도 마날리 바쉬쉿(Vashisht) 2, 평화 속에 충만한 행복있네

(180713) 마날리 3일차, 바쉬쉿마을에서 휴양 즐기기

 

7월 바쉬쉿의 아침은 으슬으슬하니 쌀쌀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천연 노천탕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아침에 온천을 다녀왔다. 사실 전날에도 노천탕에 갔었는데 물이 정말 정말 뜨거워 웬만하면 참고 들어가려고 했으나 결국 발만 겨우 담그고 나왔었다. 이 일을 같은 숙소 묵는 여행자한테 얘기 했더니 '한쪽 모퉁이에 작은 수도에 차가운 물이 나오는데 그쪽에 있으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고급 정보를 알려주어 오늘은 겨우 들어갈 수 있어다.  

 

원래 주민들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곳이나 여행자들도 아무런 제지 없이 마음껏 이용 가능했다. 뜨끈한 탕에 들어가니 그동안 쌓인 여독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 했다. 아들 데려온 아버지부터 할아버지까지 마을 주민들과 민낯으로 같이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니 우리 동네 대중 목욕탕 가는 듯한 정겨운 분위기가 좋아 바쉬쉿 마을에 있는 동안 거의 매일 빠짐없이 아침마다 노천탕을 이용했다. 

 

나른나른한 기분으로 숙소에 들어오면 몹시 허기지는데 숙소 식당 조식세트 메뉴가 양도 많고 맛이 아주 좋아 바쉬쉿마을에 있는 동안 매일 아침을 이 메뉴로 시작했다. 상쾌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마을 전경이 훤히 보이는 5층 식당 테라스에 앉아 갓구운 식빵에 달걀 오믈렛, 피망, 토마토, 양파, 감자를 소스에 한데 볶아나온 조식을 먹고, 달달한 짜이까지 마시니 이보다 더한 여유롭고 풍족한 아침이 있을까 싶었다. 

 

'델리에서 몸져누워 있을 때는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구나..' 

들이마쉬는 공기조차 시원하고 상쾌하니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쳐서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바쉬쉿마을에서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었다.

 

140루피(약 2,300원)짜리 황제조식메뉴/아침 온천 후 먹는 조식이 정말정말 맛있었다

 

델리에서 돈 몇 푼 좀 더 아껴보겠다고 몸, 마음을 더 아껴주지 못해 탈이 난 것을 계기로 혹시 계속 여행을 하게 된다면 내 자신을 위해 과감히 돈을 쓰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오원까페 한식당에 가 전날에는 송어 매운탕을, 오늘은 혼자 삼겹살 2인분을 시켜 식당에 누가 오든지 눈치보지 않고 굽고 씹고 목으로 넘겼다. 나중에는 공기밥도 추가하고 반찬 리필도 해가며 야무지게 먹었다. 

 

짠돌이 생활로 몸져누운 것을 계기로 나홀로 삼겹살 파티(오원까페, 삼겹살 2인분 800루피, 공기밥 추가 60루피) 하며 잘 버텨준 내 스스로에게 상을 주었다.

 

 

(180714) 마날리 4일차, 평화 속에 충만한 행복있네

 

마을 중앙 광장에는 활기가 넘친다. 공공교통수단으로 30분마다 뉴마날리-바쉬쉿 마을 오가는 전기 미니밴 차량과 릭샤들이 로컬 사람들, 배낭여행자들을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또한 Vashishtha Temple이라는 마을 중앙사원이 자리잡고 있어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는데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한다. 사원 내에 온천이 있는데 남,녀 구별해 사용하나 내부 공사 중이라 여성용 온천만 개방되고 있었다.

 

Vashishtha Temple 중앙 사원 정문/내부에 남,녀가 따로 사용하는 온천이 있는데 공사 중이라 사용을 못했다
Vashishtha 사원옆에 있는 Ram 사원 역시 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어 여행객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사원에서 사진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옆에서 현지 목공수들은 방문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작업 삼매경이다. 

 

내부 공사 작업중인 현지 목공수들 

 

사원 근처에는 공용빨래터가 있었는데 뜨끈한 온천수가 흘러나와 마을 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사원 옆에 온천수로 운영되는 공용빨래터

 

마을 근처에 조기니(Jogini) 폭포 말고 작은 폭포가 하나 더 있다고 하여 길을 나선다. 숙소에서 다르마 호텔(마을에 비슷한 상호명이 많아 헷갈린다.) 뒤편으로 넘어가 작은 길 따라 10분 정도 걸려 폭포에 도착한다. 폭포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으니 잡념이 사라진다. 뼈가 시릴 정도로 깨끗하고 차가운 폭포수에 마음 속 찌든 때도 씻겨내리는 듯 하다. 물 흘러가는 소리가 이리도 좋았던가. 평화로운 순간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휴대폰 보며 수행하는 신세대? 수행자

 

폭포수와 함께 마음 속 묵은 것들까지 흘려보낸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려는 듯 산에서 꼴을 베고 돌아가는 할아버지, 태어나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새끼 염소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모습이 참 정겨웠다. 

전통적인 삶을 간직하고 있는 바쉬쉿마을

 

엄마를 찾는 듯 구슬프게 울던 아기 염소들

 

가까이서 보니 저마다 목걸이를 차고 털도 반질반질하니 주인의 애정을 듬뿍 받은 듯하다

 

자기 집인지 남의 집인지 알 수 없는 지붕 위에서 요란스럽게 놀고 있는 골목 대장들과 마주친다. 제일 큰형으로 보이는 녀석이 멋지게 생긴 목검을 들고 한바탕 휘두르는데 한두번 한 솜씨가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지붕 위에서 검을 휘두르며 용맹을 뽐내던 골목대장들

 

 

 

 

미래 차세대 발리우드 액션스타들

 

후지(Fuji) 일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50살 일본 남성 여행자가 건너편에 앉길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바이크로 여행 중이라고 하면서 10년 전에도 인도에서 바이크 여행을 했단다. 레(Leh)를 시작으로 스피티 밸리(Spiti Valley)를 거쳐 레콩 페오(Rekong peo)를 지나 다시 마날리로 한바퀴 빙 도는 '라운딩'을 마치고 오는 길이란다. 바쉬쉿에서 며칠 푹 쉬고 다시 레로 올라가려고 한다는 말지도로 한번 훑어보니 딱 봐도 여정이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여행자가 많구나' 

 

여행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냐고 묻자 본인은 6개월 도쿄에서 바짝 일하고 번 돈으로 나머지 기간에 돈이 적게드는 동남아 여행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으면 여자를 만나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고수하는 삶의 방식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그래 본인이 본인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잖아'

 

내 욕망의 주인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

오늘도 한걸음 배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