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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710) 인도 찬디가르(Chandigarh), 인도판 우공이산 'Nek Chand Rock Garden'

(180710) 인도 찬디가르(Chandigarh)로 향하면서

 

찬디가르(Chandigarh)는 펀자브(punjab) 주와 Haryana 지방의 주도(主都)로서 1947년 인도 독립후 개발된 첫 계획도시이다. 

 

델리에서 마날리로 바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중간 지점인 찬디가르에서 굳이 1박을 하고 넘어간 이유는 바로 '넥 찬드 바위정원(Nek Chand Rock Garden)을 보고 가기 위해서 였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바위정원을 만든 넥 찬드씨의 이력이 몹시 독특하고 흥미로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넥 찬드 사이니씨는 파키스탄 츨신으로 1947년 인도 파키스탄 분리독립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참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하나, 둘씩 작업해 나간 것들이 바위정원이 되었다고.  1951년 찬디가르 도로 감독관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1958년 돌들과 도시개발하면서 발생한 폐자재를 실어 자전거에 싣고 현 위치에 모아둔 것으로 첫 작업을 시작으로 개인시간을 오로지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표현하는데 매진했다. 1973년 정부 관리들이 정부 소유의 임지에 넥 찬드씨가 불법으로 사용한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미 그곳에는 거의 2천여개의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여기서 재밌는 점은 정부의 대처이다. 원래는 정부 땅을 무단으로 사용해 건축한 것이므로 철거를 하는 것이 맞았지만 15년을 여기에 매진해 만든 그의 유토피아가 정부 사람들한테도 예술적 감명을 받았는지 오히려 그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고 지원팀까지 따로 구성해 2015년 6월 그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업을 함께 했다고 한다! 

 

평화를 염원하며 인도판 우공이산을 실천하신 넥 찬드 사이니씨(Nek Chand Saini, 1924-2015)

 

#1 델리-찬디가르 이동

 

레드버스 앱을 통해 예약해둔 HRTC(Himachal Road Transport Corporation) 히마찰 정부버스를 타고 찬디가르로 향한다.

가격은 다소 높았으나 과장을 조금 보태서 무법천지인 인도에서 정부버스라는 신뢰도와 추울정도로 빵빵한 에어컨과 쾌적한 좌석은 그만한 값어치를 하고도 남았다. 

 

다만 어마어마한 사기캐 히어로물 발리우드를 쩌렁쩌렁한 음량으로 틀어놔 강제 시청을 해야 했는데 유치찬란한 내용 전개에 쯧쯧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래 흔들었지만 나중에는 현지인보다 내가 더 푹 빠져서 봤다 :)

 

 

 

인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델리 kashmere ISBT 터미널 

 

찬디가르까지 편하게 갔던 HRTC 정부 볼보 버스/앞에 나온 로컬 버스와 질이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 숙소 찾아 삼만리, 시크교 운영 사원에 감동받다

 

애초에 생각해 둔 곳은 'Kisan Bhawan'이라는 정부운영 숙소였다. 본래 농민들과 농업 관계자들 위한 숙박시설이지만 일반인도 숙박 가능하고, 값도 저렴하고 평도 좋아 당일 도착해서 가니 이미 만원, 혹시 몰라 관계자한테 다른 저렴한 숙소 소개 받아 물어물어 도착한 곳이 'Shri satya narain mandir sabha'란 곳이었다. 시크교에서 운영하는 사원인데 창시자의 종교방침에 따라 사원을 개방해 내부에 싼 값에 사람들이 묵을 수 있도록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조금씩 알게 된 시크교에 흥미를 느껴 나중에 시크교의 본산지이자 황금사원으로 유명한 암리차르까지 다녀오게 됐다!)

 

방은 이미 꽉차서 도미토리 룸이라도 묵겠냐는 말에 다른 대안이 없어 알겠다고 했는데 숙박요금이 1박에 70루피라는 우리나라 1,200원인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가격이 너무나 저렴해 시설이 형편없는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넓은 홀에 라꾸라꾸같은 간이침대를 깔아 자는 식이었고 천장에 헬리콥터 엔진소리 같은 소리를 내는 그만큼 바람도 세게 부는 팬이 있어 덥지도 않았고 묵는 사람이 많으니 화장실도 많고, 라커에 식당도 있어 발품팔은 보람이 있었다. 나중에 내 옆에 옆에 있는 남자가 침대에 버젓이 누워 있는데 대놓고 자기 것인냥 태연하게 내 슬리퍼 신고 화장실 다녀와서 한바탕하긴 했지만.

 

 

#3 넥 찬드 바위정원(Nek Chand Rock Garden), '인도판 우공이산'을 보며 평화의 울림을 받다

 

릭샤 값 아끼겠다고 로컬버스 타려고 숙소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길에서 만난 한 청년이 적극 도와주었다. 지금 있는 곳은 바위 정원쪽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터미널로 가야된다고 한단다. 마침 자기는 여동생 딸 아파서 문병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근처 가는 길이라고 쉐어릭샤 같이 타고 간다. 자기 버스 정류장은 17섹션 터미널 밖인데 내 버스는 터미널 안에 있다고 직접 데려다주어 감동이었다. 시간이 되면 같이 바위정원도 둘러보면 좋았을텐데 미안하다고 말하며 사라진 그의 행동이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적극적이고 순수한 호의에 참 감사했다.

 

바위정원에 들어서니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느낌을 곳곳에서 받는다. 가보진 않았지만 스페인 가우디 양식 느낌도 들었다. 하나의 커다란 성 같은 공간 안에서 인공폭포가 흐르고, 깨진 타일조각들을 벽에다 이어 붙인 것이며, 밤에 보면 으스스할 것 같이 생긴 다소 기괴스러운 사람, 동물 조각상들의 개성넘친 모습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계획도시인 찬디가르를 개발하면서 나온 폐자재 모아서 소위 돈 안되는 짓을 20년 동안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부어 결국 예술 세계를 구현시킨 것이며, 우여곡절끝에 철거대상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예술 작품이자 찬디가르의 랜드마크로 부상했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괴짜가 아닌가 싶다.

 

어떤 배경지식없이 보았다면 그저 못말리는 괴짜가 구현한 예술세계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분리독립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을 겪은 것을 계기로 조각을 시작했다는 넥 찬드씨. 개성 넘치는 장소, 조각상들이 모여 함께 공존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이루는 모습은 그가 꿈꾸던 이상세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큰 울림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정원 입구

 

숨은사람찾기

 

 

 

 

 

 

 

개성 넘치는  장소, 조각상들이 모여 함께 공존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이루는 모습은 그가 꿈꾸던 이상세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큰 울림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심지어 쓰레기통 마저 그의 아이디어로 번뜩인다

 

# 4-2 '이봐요 사진사 양반, 나 당신한테 줄 돈 없어요'

 

넓은 공원 광장에 큰 그네들이 아치형 구조물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그네 타는 걸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인상하는 수염난 아저씨들이 그네 타면서 잇몸 만개한 미소를 보고 나 역시 빵터진다.

 

이 공원 만든 아저씨도 이렇게 찬디가르 상징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될 줄 몰랐겠지.

 

아이들 그네 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버지로 보이는 분한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 물었더니 단호히 거절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좀 지나고 나니 나를 사진찍고 돈 받는 거리의 사진사로 오해한 듯 보였다. 하긴  

점점 현지어로 말거는 사람들도 생길 정도니 충분히 그런 오해를 가질 법하다. 

 

다행히 사진촬영을 허락해준 가족이 있었다. 애기들이 평소 탈때는 활짝 웃다가 막상 사진기를 갖다 대니까 표정이 얼음이 됐는데 그 어색한 모습마저도 귀여웠다. 

 

 

바위 정원은 찬디가르 사람들의 휴식처러 자리잡고 있었다

 

사진 찍을 때는 환하게 그렇게 잘 웃더니 사진기를 갖다대자 갑자기 얼음땡이 돼버렸다

 

흔쾌히 사진을 허락해준 친졸한 인도가족 분들

 

 

<바위정원에서 그네타는 찬디가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