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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18.06.15~09.23)

(180628) 인도 아그라(Agra) 2, 타지마할의 아름다움도 야무나 강의 무상함과 함께 흘러가네

(180628) 타지마할(Taj Mahal) 

 

가야에서 아그라로 넘어오는 기차에서 음식을 잘못 먹어 탈이 난 후, 아그라에 도착해 내리 이틀동안 숙소-까페만 오가며 요양했다. 내 몸이 아프니까 마음까지 힘드니 타지마할이고 뭐고 눈 앞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인건 이렇게 아프기 전에 보드가야에서 부처님을 뵙고 따뜻한 친절을 베출어 주신 두 스님을 만났던 점이다. 그분들을 뵙고 베풀어주신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아픔이 있었지만 그 아픔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순간순간들에 감사한 마음을 더 깊이 가질 수 있었다. 

 

셋째날이 되서야 속도 조용해지고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걸어서 20~30분이면 타지마할을 갈 수 있어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아침에 길을 나섰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장소라 조금만 늦어도 관광객들로 붐비는 탓에 조금이라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보고 싶어 걸음을 재촉한다. 계속에 침대 위에서 누워만 있다가 걷게 되니 '스스로 가고 싶은 곳에 내 발을 움직여가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서면 타지마할이 바로 보이나 싶었더니 부지가 넓어 다시 내부 출입문을 거쳐야 했다. 조그마한 문을 지나 얼핏 타지마할의 윤곽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안으로 들어서면서 우유 빛깔의 타지마할 전체를 마주하니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살면서 타지마할이 아름답다는 말이며, 사진들을 보았기에 실제로 가서도 그런 흥분이나 찬사가 나올 수 있을까 싶었으나 과연 실제로 타지마할 앞에 마주서니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내부 출입문을 지나야 타지마할이 보인다. 이런 장치가 있어 타지마할을 더 드라마틱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같이 아름다운에 매혹된 여행자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한몫을 단단히 챙기려는 거리의 사진사들이 순간의 찰나들을 놓치지 않는다. 이미 어떻게 하면 손으로 타지마할을 집을 수 있는지, 받힐 수 있는지 등 기념할 수 있는 포즈들을 모두 섭렵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사들은 계속 밀려오는 인파들을 뚫으며 날렵한 솜씨로 원하는 사진을 찍어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모습에 프로는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정면 수로에 비치는 모습이며 네 개의 첨들이 대칭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모습들이 본 건물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고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타지마할과의 첫 대면

 

재미있는 책을 다 읽을까봐 아껴서 보듯 타지마할이 풍기는 분위기와 아름다운 색깔, 선들의 집합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수로를 따라 걷는다. 

 

 

 

돔 입구쪽에 다가서니 코란 글귀로 보이는 문구와 우아한 꽃 장식들이 문에 새겨져 있었다. 돔 내부에는 타지마할의 주인공 뭄타즈 마할과 그녀를 매우 사랑했던 남편 무굴제국 제 5대황제 샤 자한(Shah Jahan, 1592~1966)지하묘실에 함께 묻혀있다. 

 

뭄타즈 마할(Mumtaz Mahal, 1593~1631)은 무굴제국 제 5대 황제 샤 자한의 세번째 부인으로 샤자 한의 전쟁 원정을 따라가서 14번째 아이를 출산 후 열병으로 숨졌다고 한다.  무려 14번째 아이까지 출산할 정도면 샤자 한이 끔찍이 아꼈던 부인이었던 것 같고, 임신 상태의 부인을 전쟁터까지 데려왔다가 본인의 자식 때문에 목숨을 잃었으니 아마 죄책감도 들었으리라. 한 남자의 아내에 대한 감사함, 미안함, 죄책감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세계적인 명소를 탄생하게 하였으니 여러모로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건물 뒤편에는 야무나(Yamuna) 강이 흐르고 있다.  강 왼편에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건물은 샤 자한에게 중요한 또다른 장소인 아그라 포트(Agra port)이다. 인도제국을 호령하던 황제였던 샤 자한이 22년 공사를 걸쳐 1653년 타지마할 완공시킨지 오래지 않아 자신의 아들이 권력을 빼앗고 '포로의 탑'이란 뜻을 가진 무삼만 버즈(Musamman Burj)에서 말년에 유폐되어 죽을 때까지 있었던 곳이다.

 

모든 권력을 잃고 아그라 포트에 유폐된 8년의 시간동안 야무나 강 뒤 아내가 묻힌 타지마할을 바라봤을 그의 심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자식에까지 버림받은 그의 말년의 모습은 황제란 권력도 참 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을 기뻐하고 감사해야지.

사랑으로 채워주기에도 바쁘고 짧은 이 삶 속에서 남을 미워할 시간도 없고 아깝다. 

 

 

동쪽 부속건물(영빈관)과 야무나 강

 

묵묵히 흘러가는 야무나 강처럼 인생의 무상함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아그라 요새(Agra Fort) 무삼만 버즈( Musamman Burj)에서 바라본 타지마할

 

서쪽 부속건물(모스크 ) 안에서 바라본 타지마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