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23-0625) 인도 보드가야(Bodhgaya), 스님과 땡중

ㅇ 인도기차표를 구입하며, '단지 운이 좋았을뿐 내가 잘나서 잘난게 아니구나' 

 

6월 15일 네팔에서 인도 국경을 넘어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8박 9일동안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삶을 계속해 나가는 바라나시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행복을 느꼈고 평화를 품었다.

 

처음 계획은 타지마할(Taj Mahal)이 있는 아그라(Agra)였다. 하지만 네팔에 있으면서 룸비니(Lumbini)를 알게 되고, 인도 바라나시에 오면서 사르나트(Sarnath)를 보았다. 거기에 바라나시에서 조금만? 더 가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보드가야(Bodhgaya)가 있다고 하니 이때 아니면 언제 가보냐 싶어 서둘러 계획을 변경했다.

 

바라나시와 강가(갠지스)강

 

바라나시 숙소에 찾아온 불청객/바라나시에는 옥상이며 창문에 철창을 설치한 건물들이 많다.이유를 물어보니 배고픈 원숭이 무리들이 건물 사이사이를 드나들며 집안에 먹을 것을 집어가거나 널어놓은 빨래를 엉망으로 놓기 때문이란다. 

 

우선 기차표를 구입해야 했다. 보드가야에는 기차역이 없어 가장 가까운 가야(Gaya)행 기차표와 가야에서 아그라로 가는 기차표 2가지. 바라나시 역에서 가야 역으로 가는 기차표는 끝내 구할 수 없었다. 월 중북부 인도는 찌는 듯 덥고 우기 직전이라 여행자들한테는 비수기에 해당됐지만, 현지에서는 휴가철로 대이동이 진행 중인 시즌이란 것을 나는 바라나시에 와서야 알았다.

 

여행사 사장님이 대안을 내주셔다. 바라나시에서 약 20km에 떨어진 무갈사라이(Mughalsarai Junction)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가 있는데 그걸로라도 가겠냐고 제안하셨다. 가까이 있는 역을 놔두고 20km를 움직여야 한다니.. 나는 기꺼이(마지못해) 새로운 모험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가야에서 아그라 행 기차표였다. 더운날 장시간 여행에서 에어컨은 최소한의 생존장치라 여겨 여행사를 통해 에어컨 좌석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냥 일반좌석도 대기 상태였다. 여행사 사장님 말로는 기차역에 가격은 2배지만 외국인들에게만 따로 할당된 '외국인 쿼터' 좌석을 팔고 있어 남아 있을지 모르니 한번 가보라는 조언을 해주신다.

 

보드가야(Bodh Gaya)로 떠나기 전날, 사르나트(Sarnath) 여행을 마치고 가야(Gaya)에서 아그라(Agra)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바라나시 역을 찾았다. 

 

외국인 쿼터 전용 창구는 대합실 안쪽 사무실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몇몇 나와 같은 신세로 보이는 몇몇 외국인 여행자들만 있을 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나오는 조용하고 쾌적한 사무실이었다. 외국인 쿼터를 통해 인도 기차에서 2번째로 등급이 높은 2A(AC 2-tier sleeper) 티켓이 내 손에 들어왔다. 창구 직원 말로는 외국인 쿼터에 남은 좌석이 하필 이 고급 좌석밖에 없단다. 짠돌이 여행을 자처하고 있는 내게 뜻밖의 물질적 혜택에 눈물이 났지만 방법이 없었다.

 

호텔 리셉션 같은 쾌적한 외국인 쿼터 사무실에서 고급 좌석을 구입하는 동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대합실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안쪽 중앙에 위치한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고, 기차가 언제 도착하는지 중앙에 시간표를 확인하는 사람, 아예 각자 자기들 짐보따리를 하나 둘 끼며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워있는 사람들로 대합실은 발디딜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방송 소리, 많은 인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말소리와 터질 것 같은 열기까지.. 표를 구하고 기차를 탄다는 동일한 목적아래 벌어지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과 분위기에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잘사는 나라에서 여행온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부모님의 헌신적 사랑과 부족함 없는 물질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일제 식민지, 한국전쟁, 군사독재같은 엄혹한 시절을 겪으면서도 자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세대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만든 숭고한 결실들을 단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가없이 누리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분명히 알려주었다.

 

'단지 저 사람들보다 운이 좋았을뿐, 내가 잘나서 잘난게 아니구나' 

 

 

바라나시 역/인도의 상징인 물레가 건물 맨 위에 설치돼 있다.

 

 바라나시역 대합실/호텔 리셉션같은 외국인 쿼터 사무실과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은 내가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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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바라나시-가야 이동, 첫 인도기차 탑승과 불볕더위 가야

 

사라나트 일이 있고 난 후, 현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올라(Ols) 앱을 다운받아 시도해 보았으나 지원권역 밖이라 사용을 못했다. 숙소에 가격을 물어보니 300루피면 갈 수 있단다. 20km 가는데 300루피(한화 약 4,600원)이면 키로당 15루피 꼴이니 현지에서는 무시못할 가격이긴 하지만 한국 물가로 치면 싸긴 싸다. 우리나라 택시로는 만원을 훌쩍 넘길테니..  

 

현지 시세도 알았겠다 길거리에서 자신있게 지나가는 릭샤 기사 아저씨를 불러세운다. 

 

"무갈사라이 역(Mughalsarai Junction) 가는데 얼마예요?"

"거기 너무 멀어서 400은 받아야 해"

"예!? 아저씨, 현지 친구한테 가격 다 알고 왔는데 400이라니요!? 300에 안해주면 다른 아저씨거 타고 갈게요"

"300은 안돼 350!"

 

원하는 협상 타결이 되지 않자,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바로 '고개를 획 돌아 뒤도 안돌아보고 일단 걷기'

 

이 카드를 꺼내면 십중팔구 릭샤 아저씨들도 쳇 현지인들보다 더 극성이네 하고 그냥 가거나 아니면 다시 다가와 내가 원하는 수준에 합의를 할 수 있다. 바라나시에서 경험한 바로는 거리마다 하이에나 같은 릭샤 아저씨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외국 여행자가 한 기사와 흥정을 하면 그걸 본 근처 기사들도 다가와 그 상황을 파악한 뒤 자기가 감당할 수준이다 싶으면 가격을 내려 입찰에 참가하는 정글과 같은 모습을 보았다. 손님 한명 한명이 아쉬운 기사 입장에서는 손님을 내보내면 기다렸다는 듯 다른 기사들이 접근할 것이 뻔하기에 자신이 원하는 가격이 아니더라도 빨리 챌 수밖에 없다.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300!"

 "(아싸 ^^)"

 

자세히 보니 아저씨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젊은 기사였다. 잘 가는 듯 싶다가 문득 조그마한 가게 앞에 멈춰섰다. 흰 꽃으로 엮어놓은 것을 한 줄 사더니 기도와 함께 경건하게 그의 밥줄인 오토바이 핸들 위에 건다. 주변에서 뛰뛰빵빵거리는 소음 속에서 본 그의 행동은 고요했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거리에 릭샤 오토바이의 힘찬 엔진소리는 내게 더이상 소음이 아닌 한 개인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 땅 위의 가장들의 씩씩한 외침으로 들렸다.

 

'내가 너무 깍쟁이같이 굴었나?'

열심히 사는 분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었나 마음이 쿡쿡 찔린다.

 

경건히 꽃을 올려놓은 젊은 기사의 마음이 신께 잘 전달됐기를, 기사님께 너무 야박하게 군 제 행동도 깊이 반성합니다. 

 

<바라나시-무갈사라이역 릭샤 이동>

 

1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무갈사라이 역에서 나는 정글에 혼자 툭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내 감각을 총동원하여 어느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무갈사라이 역(Mughalsarai Junction)

 

많은 인파들을 헤집고 정부 사무실로 보이는 곳을 무작정 들어가 표를 들이밀었다. 한 직원이 내 표를 보고 잠시 어딘가를 확인하더니 내가 타야할 곳을 알려준다. 연착으로 악명높은 인도기차라는 소문과 달리 기차는 다행히 정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차한 위치는 알려준 승강장이 아닌 반대편 승강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표에 적힌 시간에 온 기차라서 혹시나 확인해 봤더니 역시나였다.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 할 수 없는게 인도 기차였다..  

 

기차에 내 몸을 실을 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처음 인도 3AC 기차 좌석에 타봤는데 인도 기차에 대한 별의별 얘기들을 다른 여행자들 입이나 블로그를 통해 이미 들었던 터라 잔뜩 쫄아 있었다. 막상 3AC 좌석을 사용해 보니 에어컨은 쾌적했고, 같은 칸을 사용한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내게 1층 침대 아래 바닥에 짐 넣을 공간을 마련해 주는 친절을 보이셨다. 침대 맨 위 칸이라 침대에 누우니 사람들과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데 잔뜩 긴장한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가야 역(Gaya Junction)

 

ㅇ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만난 스님과 땡중

 

가야에 도착한 날 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오전에 릭샤를 타고 보드가야로 이동했다. 그나저나 출발할 때부터 몸이 천근만근이다. 가야 날씨도 바라나시처럼 푹푹 쪘는데 방값좀 아끼겠다고 선풍기 방을 잡은게 화근이었다.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왠 걸 팬티 바람에 선풍기를 틀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새벽에 샤워를 해도 그때만 시원할뿐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어 나중에는 대야에 차가운 물을 받아 발을 담구고, 손수건으로 몸을 적셔가며 잠을 청하는 소동까지 벌이고 나서야 겨우 얕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마하보디 사원을 들어가는 길은 성지답게 보안절차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성지라고 해도 출국수속 밟듯 진행돼서 왜 그런가 했더니 2013년 이슬람 세력의 폭탄테러사고가 있어 더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피라미드 형식의 고층탑을 보며 안으로 들어가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비구니 스님 2분이 지나가신다. 잠시 인사를 드릴까 고민하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는데 나를 쳐다보고 한국사람이었냐고(현지화되고 있는 내 외모상 단번에 알아보기는 힘드셨으리라) 매우 반갑게 맞아주신다. 스님들은 본인들이 수행하시는 자리 정리할게 있다고 가시면서 둘러보다가 볼 수 있으면 또 보자고 하셨는데 이분들과 소중한 인연이 계속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하보디 사원> 부처님께서 보리수 나무 아래에 앉아 깨달음을 얻으셨던 곳이다

 

탑 내부에 부처님을 모신 공간이 있었는데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이 빵빵해 한번 들어가니 나오기가 싫었다. 하지만 공간이 좁고 계속 신도들이 들어와 자리를 오래 차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어느정도 땀이 식었다 싶을 때 빠져나왔다. 탑을 중심으로 한바퀴 빙 둘러보다 뒤편에 늠름히 뻗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각국의 스님과 신도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각자 수행에 정진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나 역시 뒤편에 조용히 앉아 그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었는데 한 스님이 내 옆에 앉아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기본적인 인사말을 나누다가 앞에 있는 보리수나무와 불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영어도 유창해 아 그렇구나 재밌게 들었다. 그 스님은 내가 관심을 보이자 내친김에 사원 안에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다는데 설명해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평상시 같았으면 경계했을텐데 성지 안에서 무슨 일이 있겠으며, '스님'의 선의를 거절하는 것도 그렇고 사원을 좀 더 알 수 있는 좋은 계기라 생각해 따라나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다가 우연히 한국 비구니 스님들의 자리에 지나갔는데 스님들이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어 지금 한 스님을 만나 사원 안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서 가고 있다고 하자 소개해줬던 스님이 갑자기 표정이 변하면서 자리를 스윽 빠지는 걸 보고 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그제서야 들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네요. 저 사람은 스님이 아니에요. 스님 행세를 하면서 순진한 순례자들에게 접근해 사원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나중에 본인 절이 있는데 시주해 달라고 하는 사람이에요."

 

'아니, 신성한 성지 안에서 사기꾼이라니'

아무리 인도지만 이런 성지 안에서 그런 사기행각을 벌일까 싶었는데 눈앞에서 당해놓고도 정말 기가 막힌다.

머리도 밀고 스님 복장을 하고 사원과 관련한 역사도 알려주니 대단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몸이 너무 피곤해 조금 한적해 보이는 곳에서 좀 쉬고 있었는데 한 스님이 내게 접근한다. 방금 전에 데인 경험이 있어 혼자 쉬고 싶으니까 가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스님이 다짜고자 어디로 가자고 내 손을 강하게 잡아끈다. 피곤해 죽겠는데 다들 왜이러나 싶어 나는 여기 있을테니까 모두 가라고 하는데 잡아끈 스님이 허허허 하는 반응을 보인다. 순간 처음 접근한 스님은 나한테 접근할 이유가 없는데 필시 다른 목적이 있는 사기꾼이 분명하고, 아시아 스님은 이 사기꾼한테 또 순진한 중생이 곤경에 빠져있는걸 차마 못본 척하고 지나갈 수 없기에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뒤늦게서야 따라나선다. 

 

스님이 안내한 곳은 한국 비구님 스님 자리 근처였는데 자리 하나를 마련해 주신다. 근처에는 반반한 나무 판자와 방석들이 여러대 놓여 있었다. 옆에는 앳돼보이는 베트남 비구니 스님이 경전을 읽다가 이 스님과 인사를 나눴고 이 스님이 티벳에서 왔고 '진짜' 스님이란 걸 알게 됐다.       

 

뒤늦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나는 티벳 스님께 좀전에 불찰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 드렸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인자한 모습을 보이신다. 마련해 준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는데 한국 스님이 계셔서 그쪽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빠져나온다. 

 

한국 스님께 그간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니 사원 안에 스님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하신다. 스님께서 자리 정리 끝나는 대로 자기들이 알고 있는 현지 맛집이 있는데 같이 점심먹자고 하시면서 앞에 보리수나무에서 베트남 비구니 스님들 명상하고 있는 곳이 시원하다면서 '나는 누구인지' 찬찬히 명상해 보라고 권유하신다. 

 

성지까지와서 명상도 안해보고 갈 수 없기에 냉큼 나섰다. 근처 베트남 스님이 감사하게도 깔 방석을 빌려 주셨다. 가만히 정좌한 채 내쉬고 있는 호흡에 집중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몸 마음을 식혀준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꾸벅꾸벅 졸았다.

 

'아 이래서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수행에 잠기셨구나'

 

꾸벅꾸벅 졸아 부처님처럼 깨달음은 얻을 수 없었다. 다만 나무 그늘 밖은 너무 더워 도저히 뭘 할 수 없게 만드는 기후 조건은 부처님께서 왜 이곳에 수행에 정진하셨는지 그 분위기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신성한 곳에서 땡중들이 스님을 사칭하며 사기를 치고 있다니.

 

자리 정리를 마친 두 비구니 스님과 현지 맛집으로 향했다. 맛집에 가기 전 손에 차는 염주를 선물로 주셨다. 현지 장사꾼은 스님들이 사는 물건에도 값을 올려받으려고 했고, 장사꾼의 자세에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는데 스님들은 이런 상황에 이미 적응하신듯 현찰을 던지듯 주고 빠져나오는 것으로 대응했다. 뚝바(Tukpa)라는 티베트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우리나라 수제비국과 비슷했다. 스님들께서는 경주의 한 절에서 왔는데 한국 사람을 만나도 인사도 안하고 지나가기 일쑤인데 이렇게 먼저 인사를 해줘서 무척 고마웠단다. 스님들이시라 '인연'을 소중히 여기시는 듯했고, 솔직히 큰 의미를 두고 인사한게 아니었는데 스님들께서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숙소에 김치볶음밥을 해둔게 있는데 후식?으로 먹고 가라고 하신다. 김치볶음밥이라니! 숙소에서  왜 보드가야에 왔는지 물어보셔서 어찌어찌해서 네팔 룸비니, 인도 사르나트 방문한 게 계기가 되어 여기까지 왔다가 하니 기특해 하는 눈치셨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이제 곧 한국에 들어간다고 챙겨온 커피, 티백, 불교관련 서적, 죽염소금,  영양제까지 몽땅 싸주셔서 내주신다.  한사코 거절했는데도 남은 여행도 '나는 누군인지', '인간관계에 있어 나를 무겁게 하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화두와 함께 건강 잘 챙기면서 하라고 꼭 쥐어 주신다.

 

인사 한번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두 스님들께 밝고 따뜻한 에너지와 선물들을 한 보따리 듬뿍 받았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제 날이 너무 더워 잠도 설치고 속도 안좋아 컨디션이 최악이라 부처님 뵈러 가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런 부족함 많은 중생한테까지도 인자함을 보여주셨기에 두 스님이라는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고작 하루 보드가야 여행이었지만 부처님께서 온전히 함께 하시고 지켜주신다는 마음을 보여주셨기에 깊은 감사함이 밀려왔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