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04) 안나푸르나 라운딩 18일차 마지막 날(Nayapul - 산토스네 집 - 포카라 복귀)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8일차 Manang(3540m) 고산적응차 휴식

9일차 Manang(3540m) - Tilicho Basecamp(4200m)

10일차 Tilicho Basecamp(4200m) - Tilicho Lake(4919m) - Shree Kharka(3800m)

11일차 Shree Kharka(3800m) - Ledar(4200m) 

12일차 Ledar(4200m) - Thorung Highcamp(4850m)

13일차 Thorung Highcamp(4850m) - Thorong La(5416m) - Muktinath(3800m)

14일차 Muktinath(3800m) - Kagbeni(2800m)

15일차 Kagbeni(2800m) - Jomsom(2720m) - Tatopani(1200m, 버스이동)

16일차 Tatopani(1200m) - Ghorepani(2870m)

17일차 Poon Hill(3210m) - Ghorepani(2870m) - Nayapul(1070m)

18일차 Nayapul - 산토스네 집 - 포카라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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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 출발해 포카라로 복귀하는 마지막 날이다. 생존을 확인하는 마지막 퍼밋 도장을 쾅 받고 '당신의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팻말에서 인증샷까지 찍으니 이것으로 공식적인 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친 셈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만난 변화무쌍한 대자연을 거치고나서 그런지 쏘롱 라를 넘고 포카라로 돌아간다는게 잘 실감이 나질 않고 낯설게 느껴진다. 끝났다는 기쁨과 이렇게 끝났구나 하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그래도 기쁨에 무게를 두는 것은 오늘 포카라로 복귀하면서 그동안 함께 고생한 산토스네 가족 집도 방문하게 된다는 점에서였다. 

 

쏘롱 라를 넘고 산토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토스와 그의 가족에 대해서까지 많이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은 농사일을 하시고 자기가 장남이고 형제가 많아 일정부분 생계를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은행원이 되고 싶다는 것, 학교 다니면서 시간이 나면 이렇게 트레킹 가이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것, 포카라 돌아가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랑 데이트 할 거라는 것(트레킹하면서 좋아하는 여자랑 일정 끝나고 거의 매일 통화를 나눴단다) 등등 동생 뻘이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그의 모습에서 참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Nayapul에 도착하기 며칠 전 자기 집이 포카라에서 얼마 멀지 않다고 해 그러면 그동안 나랑 함께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그냥 헤어지는 건 무척 아쉬우니 가족 분들이 괜찮다면 가는 길에 잠깐 직접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고 말하니 산토스의 표정이 환해진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완주 공식 인증샷

 

Nayapul에서는 포카라로 바로 갈 수 있는 현지 버스가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산토스는 일정도 끝났고 집에 가는 길이니 싱글벙글이다. 가면서 가족들한테 계속 전화 걸어 현재 어디쯤인지, 몇시쯤 집에 도착할 것 같은지 상황을 수시로 공유한다. 

 

산토스가 도착했는지 내리라는 손짓을 한다. 우리가 내린 뒷편에서 공사를 하다 만듯한 뻥뚫린 콘크리트 건물에서 재봉사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열심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산토스가 그 아저씨는 서로 아는 사이인듯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산토스 말로는 여기서 1시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한다면서 재봉사 아저씨한테 짐을 부탁하고 마을 입구로 들어선다. 입구에 우유를 담는 큰 단지들이 건물 앞에 많이 놓여져 있어 산토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주변 마을 소젖을 짜 이곳에 한데 모아 포카라 시내로 납품하는 장소라고 한다. 

 

1시간 정도 쭈욱 들어가니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산토스를 알아보기 시작해 산토스가 사는 마을에 도착한 걸 알 수 있었다.. 알아보는 마을 사람마다 옆에 외국인은 누구냐고 물어봤던지 산토스가 나를 쳐다보며 뭐라 말하길래 눈치껏 나마스떼 현지 인삿말을 건네니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신다.

 

산토스의 조카로 보이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남자 아이가 부모님 일 도와드리다 나와 합류한다. 이름은 뭐고 나이는 몇인지 물어보니 수줍은듯 대답소리가 작아 몇번 더 물어봐야 했다. 산토스 집에 도착하니 근처에서 아버지와 남자 동생들이 밭일을 메다 하나둘씩 나오시는데 산토스와 이목구비가 너무 비슷해 말을 안해도 가족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산토스 어머니께서 달밧과 오이 그리고 미리 준비하셨는지 사이다까지 정성스레 내오셔서 감사했다. 차려주신 달밧을 먹으며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초행길이었는데 산토스 덕분에 잘 마치고 간다고 감사인사를 드렸다. 가족들 얼굴을 찬찬히 보니 인상들이 다들 선했다. 아버지가 이 집이 자기 아버지로부터 내려와 사용하고 있다면서 간단히 집소개를 해주신다. 집 앞에는 옥수수 밭이 있었고 옆에는 소 3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아마 우리 부모님께서 보셨다면 본인 어렸을 적 살았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셨을 것 같았다. 

 

해가 지기 전 포카라로 가려면 다시 이동을 해야 했기에 산토스 가족들과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고용인 대 피고용인의 관계를 벗어나 함께 고생한 동반자로서 산토스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로서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포카라에 복귀하기 전 산토스네 가족들과 함께

 

트레킹 시작하기 전날 해리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가이드겸 포터로 만난 산토스는 오후 해리네게스트 하우스를 도착한 것으로 계약이 종료됐고 비로소 친구로서의 관계만 남게 됐다. 뜨거운 악수와 포옹을 나눈 뒤 산토스는 더이상 무거운 내 배낭을 짊어지지 않고 맨 몸으로 나선다. 산토스의 뒷모습을 보며 18일 동안 잘 이끌어준 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해리 아저씨와 락스미 이모의 반가운 재회까지 하고나니 빨리 씻고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다. 18일 전 포카라에 와서도 트레킹을 어떻게 할 지 고민이 많았다. 함께했던 일행들이 중간에 하나둘씩 하산하고 나 역시 고산병으로 고생했다.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꼭 여기를 넘겠어라는 욕심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되 허락해 주신만큼 가겠다고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그 마음이 모여 그렇게 높게만 보였던 안나푸르나 라운딩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살면서 난관이 있을 때마다 안나푸르나에서 가지고자 했던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좀더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단단하게 형성하고 지탱할 어떤 묵직한 것이 채워졌음을 가슴깊이 느낀다.

 

 

부족한 많은 내게 소중한 선물을 주신 안나푸르나에게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