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03) 안나푸르나 라운딩 17일차(Poon Hill - Nayapul)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8일차 Manang(3540m) 고산적응차 휴식

9일차 Manang(3540m) - Tilicho Basecamp(4200m)

10일차 Tilicho Basecamp(4200m) - Tilicho Lake(4919m) - Shree Kharka(3800m)

11일차 Shree Kharka(3800m) - Ledar(4200m) 

12일차 Ledar(4200m) - Thorung Highcamp(4850m)

13일차 Thorung Highcamp(4850m) - Thorong La(5416m) - Muktinath(3800m)

14일차 Muktinath(3800m) - Kagbeni(2800m)

15일차 Kagbeni(2800m) - Jomsom(2720m) - Tatopani(1200m, 버스이동)

16일차 Tatopani(1200m) - Ghorepani(2870m)

17일차 Poon Hill(3210m) - Ghorepani(2870m) - Nayapul(1070m)

 

 

ㅇ 푼 힐(Poon Hill), 안나푸르나가 선사하는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다

 

새벽 일찍 일어난다. 전날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1600m 오른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아 몸이 천근만근이다. 안나푸르나 파노라마 전경을 볼 수 있는 푼힐(Poon Hill)까지 가려면 넉넉잡고 1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일찍 나선다.

 

어두컴컴한 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올라간다. 푼힐 전망대에 도착하니 삼촌 부부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곧이어 생도 동생들이 올라온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지만 구름이 잔뜩껴서 구글 이미지에서 나오는 휘황찬란한 절경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쏘롱 라를 넘어오면서 아름다운 설산을 많이 보고 왔기에 푼힐 전망대는 보너스 같은 생각이 든다. 그냥 전망대 온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쏘롱 라를 함께 넘은 삼촌 부부, 생도 동생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다들 싱글벙글이다.

  

구름은 잔뜩 꼈지만 함께한 일행들은 싱글벙글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구름이 걷히더니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 7219m)의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공연 시작전 막이 열리듯 서서히 안나푸르나의 모습이 드러나니 관람객들은 더 집중을 하며 지켜본다. 

 

공연 시작 후 막이 열리는 모습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 7219m)

 

변화무쌍한 구름의 움직임에 안나푸르나 산군들이 모습을 비추다가 다시 들어가고 해가 떴다가 다시 구름에 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해가 구름에 가리면서 하늘에 펼쳐진 안나푸르나 산군들의 선들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순간순간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풍경들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뜻밖의 선물을 놓칠세라 우리 일행 모두 기념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나중에 사진을 봤는데 다들 신나고 들떠있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푼 힐에서 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파노라마 산군들

 

 

 

푼힐에서 멋진 일정을 마치고 각자 일정이 달라 여기서 헤어져야 했다. 삼촌 부부는 안나푸르나 ABC 베이스캠프 코스를  마저 돈다고 했고(대단하다!), 생도 동생들은 나야풀 쪽으로 내려가 지프타고 포카라로, 나는 내 발로 나야풀까지.

 

삼촌 부부와 먼저 인사를 나누고 생도 동생들과 조금 더 내려가 점심을 함께 먹고 지프타고 가는 것까지 배웅해주고 나니 마음이 허전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순간을 좋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기에 다시 신발끈을 바짝 조인다.

 

신발끈을 너무 바짝 조인걸까. 가는 도중에 등산화 신발끈이 툭 끊어졌다. 내가 신고 있는 등산화는 일반 신발끈이 아니라 와이어 줄 형태인데 어느 순간 툭 끊어져버린 것이다. 당황스러웠으나 한편으로는 틸리초 호수 ,쏘롱 라 올라갈 때나 푼힐 가면서 끊어졌다면 참 곤란했을텐데 이렇게 일정을 거의 마치고 하산길에 끊어져 다행스럽고 오히려 힘든 산행을 잘 버텨주고 함께해준 등산화한테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트레킹 일정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내 능력이 뛰어나고 잘나서가 아니라 천지신명께서 나를 도우셨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모습은 트레킹을 무사히 끝마친 우리 일행들을 축하해 주려는듯 마치 한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