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31) 안나푸르나 라운딩 14일차(Muktinath - Kagbeni)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8일차 Manang(3540m) 고산적응차 휴식

9일차 Manang(3540m) - Tilicho Basecamp(4200m)

10일차 Tilicho Basecamp(4200m) - Tilicho Lake(4919m) - Shree Kharka(3800m)

11일차 Shree Kharka(3800m) - Ledar(4200m) 

12일차 Ledar(4200m) - Thorung Highcamp(4850m)

13일차 Thorung Highcamp(4850m) - Thorong La(5416m) - Muktinath(3800m)

14일차 Muktinath(3800m) - Kagbeni(2800m)

 

 

ㅇ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경이롭다

 

Muktinath 마을에서 꿀 같은 휴식 후 오늘 목적지인 Kagbeni로 향하는 날이다. 전날 새벽 일찍 출발해 쏘롱 라를 오른 후 Muktinath까지 약 1,600m를 계속 내려와야 했다. 내리막 길은 힘 자체는 오르막 길보다 덜 들었지만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 나중에는 통증이 생겨 고생했다.

 

출발 전 마을 언덕에 위치한 커다란 불상을 찾아 쏘롱 라를 큰 사고없이 잘 넘어갈 수있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기도를 드린다.

 

가는 길에 한 꼬마 숙녀가 먼저 나마스떼하고 인사를 건넨다. 답례를 했더니 꼬마가 가방에 얼굴을 숨긴다. 그러다 또 나마스떼하길래 뒤돌아서자 또 숨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지프 타고 갔으면 지나쳤을 꼬마 숙녀의 인사에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Muktinath 마을은 힌두교 비슈누 신이 이곳에서 구원을 얻었다는 전설이 내려와 수많은 순례자들이 사원을 찾는 힌두교 성지이다.   

 

피로가 완전히 풀린 것 아니었지만 앞으로 남은 길은 평탄하거나 내리막 길이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마을을 벗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리나 귀리로 보이는 밭이 눈에 들어온다. 회갈색 빛이 도는 벌거숭이 산과 연두빛 생명이 넘치는 모습이 비현실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바람부는 방향으로 넘실대는 생명들을 보며 현지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부는 방향으로 넘실대는 생명들을 보며  현지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은 듯 보이는 대지에서도 생명은 돋아났다

 

구불구불 차도를 따라갔다가 중간에 샛길로 빠진다. 계속 걷다보니 회갈색 산맥들이 한눈에 훤히 보이는 풍경을 마주한다. 같은 안나푸르나지만 쏘롱 라를 넘기 전 풍경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산 색깔이 더 어둡고 땅은 건조해 사막같은 느낌을 풍긴다.

 

같은 안나푸르나지만 쏘롱 라를 넘기 전 풍경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먼지 풀풀나는 사막같은 풍경들을 보다 갑자기 맞닥뜨린 kagbeni 마을. 순간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도저히 사람은 커녕 생명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곳 한가운데 사람이 모여 나무를 심고, 밭을 경작하고 마을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삶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경이로운 대비에 나는 압도되었고, 삶 자체도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삶 자체가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임을 Kagbeni 마을은 보여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동네 구경하다가 쏘롱라 전부터 오고가며 만난 영국 커플을 봤는데 인사를 했어도 됐는데 그냥 슬쩍 피했다. 왜일까? 숙소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힘들고 피곤해서 혼자 있고 싶은데 괜히 어색한 모습으로 상대하는 내 모습이 싫어 그랬다고 합리화 해보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여행도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처럼 사람의 인연도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후회가 될 수 있다. 좀 수고스럽더라도 미련 남기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정리한다.

 

저녁에 야크스테이크를 먹고 싶었다. 전날 Muktinath에서도 야크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한동안 육식을 못했는데 고기가 들어가니 혀 안에 잠들어 있던 미세포들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숙소 메뉴에 야크 스테이크가 있길래 물어봤더니 숙소에 가지고 있는 야크고기가 없어 주인이 오후에 미리 사놓아서 준비해 두겠단다. 다른 메뉴를 주문해도 됐겠지만 쏘롱 라를 넘어온 내 자신에게 충반한 보상을 해주고 싶어 주인 이모께 부탁을 드렸다.

 

몸과 마음의 건강한 에너지로 트레킹을 하는데 쏘롱 라를 넘기 전에 비싸다는 이유로 먹고 싶은 것, 맛있는 것에 왜 더 아낌없이 투자하지 못했나 반성이 든다. 포카라에 도착할 때까지 하루 한끼는 꼭 육식으로 배를 채우겠다고 다짐한다. 

 

Muktinath표 야크 스테이크
Kagbeni표 야크 스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