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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28) 안나푸르나 라운딩 11일차(Shree Kharka - Ledar)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8일차 Manang(3540m) 고산적응차 휴식

9일차 Manang(3540m) - Tilicho Basecamp(4200m)

10일차 Tilicho Basecamp(4200m) - Tilicho Lake(4919m) - Shree Kharka(3800m)

11일차 Shree Kharka(3800m) - Ledar(4200m) 

 

 

ㅇ 행복은 쏘롱라 정상이 아니라, 현재 내가 딛고 있는 걸음걸음 속에 있다

 

이른 아침 전날 만난 간호생도 2명은 틸리초 호수로 떠나고 Letdar와 Manang 마을 갈림길에서 동생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테리도 같은 숙소에 있었는데 틸리초 갔다 온 이후로 코피가 계속나고 지혈이 잘 안돼 자기도 함께 Manang으로 돌아가겠단다. 라운딩이 말이 트레킹이지 사실상 히말라야 등정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란게 욕심이 자꾸 생기기 마련이라 눈 앞의 목표나 이익을 좇다보면 자기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이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쏘롱라 한번 넘어보겠다고 이미 고생한 것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신이 몸, 마음에게서 나온 경고를 무시하고 선을 넘다가는 목숨까지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본인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산을 내려가는 동생의 모습이 멋졌고 아름다웠다. 앞으로 트레킹과 삶에서 계속 담아두어야 할 태도라 생각했다. 안나푸르나 쏘롱라를 넘는다는 결과에 집착하기 보다 설사 쏘롱라 이전에 포기하고 그만둬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음에도 자신의 한계까지 끝까지 가보고 인정하고 다시 출발점(일상)까지 내려가보는 것. 그 과정 자체야말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이자 행복이 아닐까.  

 

안나푸르나에서는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다만 그 자리에 그 존재가 있을 뿐.  안나푸르나를 오를수록 중생이 한아름 안고간 마음의 지옥같음과 번뇌를 묵묵히 산들 사이로 흘러가는 물과 함께 천천히 씻겨 보내준다. 살아있기에 살아있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안나푸르나의 거대한 대자연 속에 햇살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받으며, 야크가 풀을 뜯어 먹는 소리만 들리는 이 순간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마음의 따뜻한 평화가 밀려온다. 마음이 지옥같아, 세상이 나를 등진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들로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에 못이겨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이 세상에서 안나푸르나는 그렇지 않다고 묵직한 무엇인가를 내게 전해주는 듯 했다.

 

Shree Kharka - Letdar 구간에서 바라본 Manang 마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던 한국인 부부 큰형님이 이런 인생샷을 찍어주셨다. 방송 촬영감독 일을 하고 계셔서 그런지 사진 찍을 때는 좀 힘들어서 엉거주춤 찍었는데 이걸 또 살려주셨다. 본인 몸가누는 것도 힘에 부친데 아내 사진을 틈나는대로 찍어주시는 큰형님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참 사랑꾼의 표본이라 생각했다.

 

함께했던 일행들을 떠나보내며 행복은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내 발로 한발한발 딛고가는 과정과 순간 속에 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