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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29) 안나푸르나 라운딩 12일차(Ledar - Thorung Highcamp)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8일차 Manang(3540m) 고산적응차 휴식

9일차 Manang(3540m) - Tilicho Basecamp(4200m)

10일차 Tilicho Basecamp(4200m) - Tilicho Lake(4919m) - Shree Kharka(3800m)

11일차 Shree Kharka(3800m) - Ledar(4200m) 

12일차 Ledar(4200m) - Thorung Highcamp(4850m)

 

ㅇ 쏘롱라(Thorong La) D-1, 안나푸르나 여신께서 허락해 주시는 만큼

 

안나푸르나 롯지 중에서 제일 높은 4,850m에 위치한 Highcamp로 가는 날이다. 이 기쁨을 함께 나눌 동생이 없어 동생의 빈자리가 허전하다. 틸리초 베이스캠프 4천미터 고지에서 하룻밤 잔 덕분인지 전날 머문Ledar에서 큰 문제없이 잘 수 있었다.

 

처제 처남과 함께온 한국인 부부 여행자 일행 모두도 Ledar에서 모두 만날 수 있었다. 틸리초에서는 처제 처남을 보지 못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Manang에서 쉬다가 부부 일정과 맞춰서 올라왔단다. 며칠 못보다가 다시 만난 거라 부부와 처제,처남 상봉의 현장은 무척 애틋했다. 마침 큰누나인 아내분이 생일이라 저녁에 남매 둘이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 롯지 사람들도 같이 축하해 주고 분위기가 아주 훈훈했다. 

 

하지만 당일 상황은 좋지 못했다. 저녁 생일 파티 이후 간밤에 막내동생인 처남이 고산병 증세가 심해져 상태가 안좋았었나 보다. 밤새 큰누나와 작은 누나가 돌보느라 초췌해 보였다. 결국 처제와 처남 둘은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쏘롱라에 다가설수록 풍경도 삭막해지고 함께 고생한 일행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쏘롱라에 다가설수록 상황은 더욱 단순명료해져간다.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계속 올라간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내려간다. 자연도 키작은 몇몇 관목만이 서있을 뿐 적막한 공기만이 가득하다. 

 

 

4천미터 중후반부에 드러서니 평지만 걸어도 숨이 찬다. Thorung Phedi에서 Thorung Highcamp 구간까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의 연속이었다. 조금만 가도 숨이 턱까지 차고 머리가 띵하다. 산토스가 쉬면서 가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해 준다.

 

안나푸르나 속에 우리들은 단지 하나의 점일 뿐이다

 

어렵사리 Highcamp에 도착하니 말할 기운도 없다. 하지만 숙소 주변 경이로운 풍경들을 놓칠 수 없어 한바퀴 둘러본다. 그렇게나 높고 우람해 보였던 산 봉우리들이 눈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 꿈꿨던 히말라야 트레킹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긴 내 자신과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신 안나푸르나 여신께 감사하다.

 

Thorung Highcamp(4850m)

 

그렇게나 높고 우람해 보였던 산 봉우리들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Highcamp에서 내려다 본 안나푸르나/내 발로 걸어왔지만 아득한 풍경을 바라보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꿈만 같았다.

 

저녁에 식당에 가니 내일 쏘롱라를 함께할 전우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오고가며 가볍게 인사나눈 여행자들도 있었고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다. 유일한 다른 한국인 여행자 부부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다. 처음 소개팅에서 만난 얘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형수님은 소개팅이니까 화장도 하고 한껏 꾸며서 나갔는데 큰형님은 집 앞 편의점 가듯이 편안하게 입고나왔단다. 저녁먹을 때도 이에 뭐가 껴도 신경도 안쓰고 까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마자 원샷때리는 모습에서 형수님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했단다. 그러다 몇번 더 만나고 큰형님의 털털하면서도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며칠밖에 보지 못했지만 정말 천생연분인듯 했다.    

 

자연의 적막한 공간 한 가운데 속에서도 사람의 온정을 주고받는 이 순간이 감사할 뿐이다. 

 

내일 새벽일찍 출발하는 일정이기에 일찍 잠에 든다. 고산병 약을 먹어서 그런지 심장이 쿵쾅거린다. 며칠째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머리는 떡진지 오래지만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있기에, 이 순간이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참 편하고 감사했다. 

 

안나푸르나에서 이미 많은 것을 보고 누렸기에 쏘롱라에 가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허락해 주신만큼 가되 적어도 가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거다. 

 

안나푸르나 여신께서 허락해 주신만큼 가되, 적어도 가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