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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30) 안나푸르나 라운딩 13일차(쏘롱 라, Thorong La)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8일차 Manang(3540m) 고산적응차 휴식

9일차 Manang(3540m) - Tilicho Basecamp(4200m)

10일차 Tilicho Basecamp(4200m) - Tilicho Lake(4919m) - Shree Kharka(3800m)

11일차 Shree Kharka(3800m) - Ledar(4200m) 

12일차 Ledar(4200m) - Thorung Highcamp(4850m)

13일차 Thorung Highcamp(4850m) - Thorong La(5416m) - Muktinath(3800m)

 

 

ㅇ 쏘롱 라(Thorong La)를 넘다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아침 쏘롱 라를 향해 이동할 준비를 한다. 하늘이 점점 밝아져오면서 안나푸르나 산들은 그들이 가진 깊은 침묵을 유지한 채 그 위용을 조금씩 드러낸다.  

 

하이캠프(4850m)에서 맞이한 아침

 

하이캠프에서 내려다 보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왜 모든 악조건에서도  감수하면서까지 산을 오르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심장소리가 더욱 선명해진다.

 

하이캠프(4850m)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산군

 

4850m 하이캠프에서 5416m 토롱라까지 566m 구간은 의지할 데라곤 오로지 내 자신뿐이었다.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가빠왔다.

손이 저려왔다.

 

절대적인 고요와 차가운 공기만 맴도는 이 공간 속에서 오로지 내 거친 숨소리와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만이 온몸을 뒤덮는다.  내 몸에서 나는 심장소리, 그 울림에 의지하며 한걸음씩 내딛었다. 

 

시간의 흐름에 무뎌진다. 얼마쯤 지났을까.

 

티벳의 노랑 초록 빨강 하양 파랑 오색기도깃발 다르촉으로 둘러쌓인 '쏘롱 라 패스' 팻말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밀려들어온다. 함께 고생한 산토스, 곧이어 올라온 여행자들과 서로 고생했다며 다독이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 공유한다.

 

쏘롱 라 패스(5416m)

 

그렇게 높고 멀게만 느껴졌던 안나푸르나.

내 걸음걸음이 모여 어느덧 정상에 서있는 이 순간이 무척 감사하고 황홀하다.

쏘롱 라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며 허락해주신 안나푸르나 여신께 그리고 최선을 다했던 내 자신에게 감사의 기도와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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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걸음걸음이 모여 어느덧 정상에 서있는 이 순간이 무척 감사하고 황홀했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위치마다 정상

 

정상에 온 이상 오래 머물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겠지만 산은 그것을 허락치 않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출발점에서 정상까지를 1막, 나머지 길을 2막이라고 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2막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이 산행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하산길은 참으로 지난한 길일 것이다. 산행에 있어서 '정상에 올랐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상을 미련없이 두고 내려오는 것'이지 않을까.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표시되고 남들이 인정한 정상만이 유일한 정상이 아니라,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위치마다 정상'이라는 마음을 새겨볼 수 있지 않을까.  

 

쏘롱 라- Muktinath 구간/ 내리막 길은 오르막 길보다 더 찬란하다

 

 

Muktinath 마을전경

 

산에서 느낀 진리는 단순하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과정에 의미를 두되, 결과에는 조금 무심해지는 것.

 

좋은 생각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경치에 감탄하고

깊이 자려고 노력하고

걸음 걸음에 스틱질 한번 한번에 최선을 다하는 것.

 

방향만 옳다면 늦어진 건 중요하지 않다.

중심잡고 내 흐름에 맞춰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생'이란 산에도 이같이 대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Muktinath/ 안나푸르나에서 느낀 바를 '인생'이란 산에도 대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