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24) 안나푸르나 라운딩 7일차(Upper Pisang - Manang)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4일차 Jagat(1300m) - Tal(1700m) - Dharaphani(1960m)

5일차 Dharaphani(1900m) - Chame(2710m)

6일차 Chame(2710m) - Upper Pisang(3310m)

7일차 Upper Pisang(3310m) - Ghyaru - Ngawal - Manang(3540m)

 

ㅇ 일희일비에 중심을 놓지 않는다. 트레킹에서도, 삶에서도.

 

전날 일찍 잠이 들어 알람 시간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더 자려고 누우려던 참에 방 안 창문에서  말도 안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벌떡 일어선다. 방에서 안나푸르나 2봉이 훤히 보였는데  해가 떠오르면서 정상 부근과 구름을 서서히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 구름의 움직임은 마치 정상이 너무 뜨거워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같았는데 새파란 하늘과 더욱 극적으로 대비되었다. 설산에 붉은 물결이 차오를 때 내 가슴도 벅차올랐다. 동생한테도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곤히 잠들어 혼자 조용히 문 밖을 나섰다.

   

전날 자기 전 고산병 증상을 겪으며 안나푸르나 여신께 기도와 함께 내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에 대한 응답인걸까. 걱정과 달리 몸이 가뿐하다.  

 

안나푸르나 2봉과 아직 해가 비추지 않은 검은 산들, 타오르는 정상과 새파란 하늘의 극명한 대비에서 나오는 신비한 분위기에 나는 압도당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붉은 물결이 걷혔지만 안나푸르나 2봉은 여전히 위풍당당했다.  

 

안나푸르나 2봉(7,937m)과 Pisang 마을

 

최상의 썰매장이라고 생각했던 매끈한 바위절벽 정상에도 눈이 쌓인 걸 보니 밤새 눈이 내렸던 모양이다.

 

천연썰매장에도 밤새 눈이 내렸다.

 

아침을 먹고나니 흐렸던 날씨는 어느새 말끔히 걷힌다. 산토스와 동생은 내 몸상태가 회복된 것에 같이 기뻐해 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안나푸르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Pisang 마을을 빠져나와서 얼마지나지 않아 오래된 석탑들이 보인다. 다시 한 번 안나푸르나 여신께 앞으로 더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것에 깊은 감사 기도를 드린다. 소중한 기회를 얻은 만큼 몸관리를 더 철저히 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오래된 석탑과 안나푸르나

 

Manang 마을까지는 Ghyaru, Ngawal 두 마을을 거쳐서 가야했다. 첫마을인 Ghyaru 마을 가는 길 부터 가파른 오르막 길의 연속이라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첫마을인  Ghyaru 마을 가는 길부터 가파른 오르막 길의 연속이라 중간중간 쉬면서 가야했다.

 

땀을 뻘뻘흘리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다보니 어느덧 Ghyaru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전망대는 왼쪽은 안나푸르나 2봉, 오른쪽은 3봉을 모두 볼 수 있는 정말 말 그대로 뷰 포인트였다. 날씨는 화창했으나 정상 부근에 구름이 껴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두 봉을 마주하고 있는 자체가 감격스러우면서도 경외심이 들었다.

 

Ghyaru 마을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2봉

Ngawal 마을을 가면서 본 Pisang Peak 아래 Ghyaru 마을의 모습은 험한 산세에도 불구하고 뿌리내리고 삶을 이어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대자연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한 인간의 삶은 덧없지만 동시에 그 덧없음 속에도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 그 자체가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Pisang peak(6091)와 Ghyaru 마을/대자연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한 인간의 삶은 덧없지만 동시에 그 덧없음 속에도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 그 자체가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구름걷힌 안나푸르나 3봉 정상을 벗삼으며 가니 어느새 Manang 마을에 도착한다. 오전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안나푸르나 3봉을 바라보며 삶이라는게 이같은 모습이 아닐까 사색에 잠긴다.

 

살다보면 나라는 존재가 구름에 가리고 그 구름이 비와 눈이 돼 더 힘들고 지치게 할 수도 있다. 그 구름이 계속 걷히지 않는 건 아닌지 불안의 연속이다. 하지만 우뚝선 안나푸르나같이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걷히게 마련이다. 심지어 그 구름이 자신한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후에 가봐야 알 수 있는 상황도 있지 않은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삶에 중심을 잡고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만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 좋은 날이 더 많을 것이며 그때는 힘들었던 날들이 결국은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에 가까워 보인다. 

 

안나푸르나 3봉(7555m, 맨 왼쪽)과 훔데(humde)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