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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20) 안나푸르나 라운딩 3일차(Ngadi Bazar - Jagat)

1일차 포카라-Besi Sahar(버스이동)

2일차 Besi Sahar(820m) - Ngadi bazar(930m)(버스이동)

3일차 Ngadi Bazar(930m) - Bahundanda - Ghermu - Jagat(1300m)

 

 

Ngadi Bazar - Bahundanda, 트레킹 첫날부터 작별이라니

안나푸르나를 내 발로 직접 걷는 첫날이 밝아온다. 어제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누나도 표정이 한결 나아 보였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어보여 걱정이 든다. 어제 얘기나눴던 것처럼 가면서 수시로 몸상태를 체크하기로 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트레킹 시작 전 게스트하우스 가족분들과 

 

초입부터 경사가 가파르다. 날씨도 초여름같이 후덥지근해 금새 땀으로 젖기 시작한다.

 

 

언덕길을 올라가며 숙소 쪽을 바라보니 경치가 훤히 보인다. 녹음이 짙은 산들 사이로 숙소와 길이 조그맣게 보이는 걸 보니 꽤 높이 올라온 것 같다. 날씨는 더웠지만 히말라야 설산들이 보내온 시원한 강줄기 소리 응원에 힘이 난다. 

 

Ngadi 마을과 Marsyangdi 강

 

누나는 출발할 때 보인 밝은 표정 이후로 말이 없다. 자꾸 걸음이 뒤쳐진다. 몸상태가 괜찮은지 얘기 나누었는데 누나 말로는 인도 여행에서 고생하고 막 네팔로 넘어온 상태에서 바로 트레킹을 시작해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고 했다. 걱정이 돼서 일부러 누나 뒤에서 가고 있는데 누나는 자신의 발걸음이 느려지는게 신경쓰였는지 앞으로 가란다. 

 

트레킹 첫날이지만 누나와 한께한 트레킹 마지막 사진이 되어버렸다.

 

오르막 길은 계속 이어졌다. 왜 로컬 버스들이 마을로 못들어오는지 알 수 있었다. 길은 나있지만 울퉁불퉁 자갈길이라 4륜차량이 아니면 오면 안되는 길 상태였다.  Bahundanda 마을 어귀에 들면서 계단식 밭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울창한 산림이었을 이 산비탈들을 네팔 사람들은 자신들의 터전으로 삼았다. 글과 문자가 아닌 마을 사람들의 삶 자체에 그들의 역사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엔 울창한 산림이었을 산비탈을 깎고 다듬어 지금의 계단식 밭들을 보며 마을 사람들의 역사가 품어져 있음을 느낀다

 

Bahundanda 마을까지는 계속 가파른 오르막 길이라 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일행들과 마을 가게에서 청량음료를 구입해 목을 축이니 그만한 행복이 없다. 곧 있으면 점심인데 오늘 목적지인 Jagat 마을까지는 아직 절반도 채 오지 않았다. 누나가 계속 할지 중단할지 결정해야 했다. 누나는 이제 시작했기에 어떻게든 계속 해보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3시간 정도 걸어보니 누나 입장에서도 더이상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누나를 제외한 나머지 입장에서도 건강이 제일 중요하기에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포카라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도전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한다. 누나도 잠시 고민하다니 그게 맞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산토스는 누나가 많이 지쳐있어서 오늘은 Bahundanda 마을에서 하루 쉰 다음 포카라로 복귀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누나가 알겠다고 하니 산토스가 현지 마을 사람들과 얘기 나누면서 숙소와 다음날 지프차량 교통편을 알아봐주어 참 든든했다. 몸상태도 좋지 않은 누나 혼자 남겨두고 가자니 걱정도 들고 미안한 감정이 들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가기 전까지 나와 해리 아저씨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혹시 문제 생기면 언제든지 바로 연락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Bahundanda 마을 환영문/아쉽게도 간호사 누나와 더이상 함께하지 못했다..

 

Bahundanda - Ghermu - Jagat, 신선 사는 곳이 따로 없구나

Bahundanda에서 Ghermu까지 가는 길은 내리막 길과 평탄한 길이 있어 훨씬 수월했다. 빽뺵한 산들 사이로 흘러가는 물줄기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Bahundanda - Ghermu 마을 구간

Ghermu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환영문과 함께 어디서부터 흘러내리는 모르는 기다란 폭포수가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Ghermu 마을 환영문과 폭포

 

Ghermu 마을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해가 지기 전 목적지로 도착해야 했기에 조금 서둘러 움직인다. 간간이 차량 몇대 지나다니는 것 빼고 우리 일행은 철저히 자연 속에 파묻히고 있었다. 험준한 산들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Jagat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 사막 속에 신기루를 본 것처럼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험준한 산들 사이로 빼꼼 모습을 비춘 Jagat 마을

 

숙소도착 후 땀으로 흠뻑 적신 나와 동생은 시원한 병맥주 1병을 시켜 트레킹 첫날을 무사히 마친 기쁨을 함께 나눈다. 목을 타고 넘어가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시원함이 세포 하나하나까지 구석구석 전달되는 듯 짜릿하다. 산 좋아하시는 분들 치고 술 안좋아하는 분들이 왜 없는지 이해가 간다.

 

오늘 트레킹 첫날부터 간호사 누나가 하차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처음 트레킹을 하고보니 누나가 더 욕심을 부렸다면 더 안좋은 결과를 만났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은 누나지만 내일은 내가 될지도 모른다. 자만하지 말고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