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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14-0517) 네팔 포카라(Pokhara), 해리네 아저씨 게스트하우스를 베이스캠프로 삼으며

(180514) 카트만두-포카라 이동, 티타임은 30분 점심은 10분

 

포카라 예약한 버스 편이 아침 7시 출발 예정이라 일찍 나서야 했다. 카트만두에 지낼 때에는 비가 내리지 않다가 서두를 상황이 오자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린다.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예상치 못한 지출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괜한 고집에 스스로 고생을 자처한다. 현지 대중교통수단인 합승밴 차량을 이용하려 했으나 비가 많이 오고 출근 시간대인지 이미 차량에 사람들이 빽빽히 타고 있었다. 몇 대를 놓친 끝에 다행히 감사하게도 한 합승밴에 탄 현지 사람들이 본인들도 불편할텐데 조금씩 공간을 내주셔서 우여곡절 끝에 탈 수 있었다. 안까지 들어오긴 했으나 내 커다란 몸뚱아리 뿐만 아니라 백팩까지 있어 아침부터 진땀을 뻘뻘 흘린다.

 

버스 정류장 주변에는 각자 다른 소속으로 보이는 많은 버스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비가와서 손님이 없어서인지 차장들은 한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극성이다. 내가 탄 버스도 자리가 텅텅 비어있어 근처 간이 매점에서 짜이 한잔 마신다. 과연 이 버스가 정시출발할까 보고 있는데 차장이 곧 출발한다고 내게 손짓한다. 

 

비가 쏟아져 아침에는 고생이었지만 그 덕분에 흙길에 먼지가 안나서 좋다.  마음껏 창문열고 바람 맞으며 가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카트만두-포카라 버스(New Road Travel & Tours)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7-8시간 되는 거리였지만 중간중간 휴게소에 정차하며 짜이를 마시거나 끼니를 때우며 이동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가는 도중에 버스 검표원 때문에 한가지 재밌는 일이 있었다. 검표원이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하면 티타임 또는 런치라고 말해주었는데 티타임이라고 말한 곳은 30분 가까이 서있어서 다음 런치라고 부른 곳은 최소 30분이겠지 생각해 느긋하게 점심을 주문했다. 나온지 몇 숟가락 떴을까. 10분도 안됐는데 버스는 시동이 걸려 막 갈 것처럼 하면서 검표원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이 광경을 본 식당 주인은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이 태연하게 걱정말라고 하면서 차장에게 좀 기다려달라고 말하지만 검표원은 노타임 그러면서 운전기사가 정말 떼놓고 갈듯이 엔진소리를 쾅 낸다. 우여곡절 끝에 음식을 싸오긴 했지만 티타임은 30분인데 점심식사는 10분일 수도 있다는 상식의 전환을 배울 수 있어 당황했지만 재밌었다.

 

버스에서 곤히 잠든 아이

 

(180514-0517) 포카라 헤리네 게스트하우스(Harry Guest House)를 베이스캠프로 정하다

 

ㅇ해리네 아저씨 가족과의 만남

포카라에서는 해리네 게스트하우스(Harry Guesthouse)에서 쭉 지냈다. 블로그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한국에서 일하다 온 푸근한 인상의 네팔인 아저씨가 운영하고 페와(Phewa) 호수가 바로 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조용하다고 해서 이쪽으로 정했다.

 

해리 아저씨는 락스미 이모와 귀여운 두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한국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지금 게스트하우스 겸 식당를 차리신 자수성가하신 분이었다. 처음에는 여행사를 운영하다 유창한 한국어를 활용해 한인전용 게스트하우스와 투어알선으로 전업하셨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1층은 해리 아저씨 가족 분들의 생활 공간이자 식당으로, 나머지 층을 객실로 운영 중이셨다. 비수기라 전반적으로 게스트하우스는 한산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한인 분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호수 쪽에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윈드폴이라는 게하가 있어 장기투숙하는 한인 여행자들은 주로 그쪽에서 묵는 것 같았다. 

 

포카라에 지내면서 편하게 쉴 수 있었던 해리네 게스트하우스(Harry Guest House)

 

ㅇ포카라 일상을 마주하며 여행의 확신이 서다

5월 중순의 포카라는 우기가 막 시작되던 트레킹 비수기라 조용하고 한적했다. 낮에는 꽤 무더웠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날이 선선했다. 외국인보다는 오히려 현지 여행자들이 더 많아 보였다. 막연하게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와서 준비가 안돼 포카라에 며칠 더 있으면서 정보를 좀 더 모으기로 했다.

 

트레킹 정보를 모은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한량이었다. 숙소 1층에 해리 아저씨의 부인 락스미 이모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 하루에 한끼는 그곳에서 먹었다. 숙소에 묵는 한인 여행자들이 있을 때는 음식도 같이 주문하면서 정보 교류도 나눴다. 해가 지고 선선할 때쯤 페와 호수를 거닐다가 저녁 야시장에서 꼬치구이를 사와 캔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해리네 게스트하우스에서 맛나게 먹었던 한식들

 

페와호수 저녁 야시장

 

페와 호수 주변에는 이미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펍이나 까페들로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지역에서 조금만 벗아나면 여전히 현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발가벗고 물장구 치는 아이들, 세월도 함께 낚고있는 강태공들, 빨래하는 아낙네들.. 호수를 배경으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네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까지 버리지 못하고 안고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했다.

 

페와 호수와 포카라
페와호수 중심부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펍이나 까페들로 꽉 들어차 있지만 여전히 호수를 터전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네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떠난 여행이지만 트레킹을 떠나서 순간순간 스치듯 만나는 장면들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무척 감사할 뿐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이 여행을 하는게 과연 맞는지 참 고민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잘 왔다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