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10-0513) 네팔 카트만두(Kathmandu) 2, 네팔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마주하다

(180511) 카트만두 2일차, 네팔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마주하다

 

ㅇ 스와얌부나트 사원(Swayambhunath temple) 

락스만 아저씨가 아침 출근길에 스와얌부나트 사원을 가는 현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신다. 내가 탄 차량은 봉고차로 합승차량이었는데 20루피를 받아갔으니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 꼴인 셈이다. 스와얌부나트 사원 가는 길에 또 다른 사원이 있어 호기심에 들어가본다. 오전 시간대라 한산하다. 향내가 은은히 풍긴다. 몇몇 사람들은 커다란 세 불상 주위를 돌며 셀카를 찍고 있고 계단 입구에서는 사진사가 추억을 남기려는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불상 뒤 안쪽에는 어떤 행사가 잡혀있는지 인부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짓고 있다. 대나무 설치대들이 어지러이 세워져 있다. 방문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원 내 설치된 '마니차'라고 부르는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원통형 기도 도구를 돌리며 천천히 사원을 거닌다.

 

사원에 모셔진 세 불상과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원통형 도구 마니차

 

<사원 내 대형 마니차 >

사원을 가는 계단은 꽤 많고 가팔랐다. 중간에 원숭이 무리들이 계단을 점거하고 있다. 혹시나 먹을거 달라고 달려들까봐 멈칫멈칫거린다. 다행히 곧 뒤따라온 나머지 무리들이 합류해 계단 옆 쪽으로 빠져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스와얌부 사원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들. 원숭이들이 자주 출몰하니 조심해야 한다

 

계단을 오르며 만난 부처님과 카트만두 시내 풍경

 

사원에 들어서니 다양한 모양의 불탑들 사이로 흰 돔 위에 황금빛 첨탑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 눈빛이 무척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세상 만물을 꿰뚫어보는 부처님의 눈을 형상화 한 것이라 한다. 카트만두 시내가 훤히 보이는 언덕 위에서 부처님이 내려다 보는 형상이다. 부처님의 자비가 네팔 전역에 구석구석 닿기를 염원하는 네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으로 약 2,000년 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을 대표하는 불교 성지 중 하나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세상 만물을 꿰뚫어 본다는 부처님의 눈

 

사원으로 통하는 계단에서는 많은 순례자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현지 여성들은 형형색색 가장 아껴둔 것으로 보이는 전통의상을 입고서 마니차를 돌리면서 사원 주위를 돈다. 중간중간 불상을 모셔둔 곳에서는 손으로 가까운 곳을 만진 후 이마에 갖다대거나 아니면 직접 이마를 댄다. 불상을 모셔둔 공간 주위에는 유난히 원숭이들이 많았는데 기도를 드린 순례자들이 부처님께 바친 곡물들을 받아 먹기 위함이었다. 아 이래서 원숭이 사원이란 별명도 가지고 있는거구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마니차를 돌리는 네팔사람들

순례자들이 있어 원숭이들도 먹고산다
행동 하나하나에 경건한 마음과 신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진다

 

한쪽에 가만히 앉아 네팔 사람들을 찬찬히 구경한다.

 

꼿발을 들어야 간신히 닿는 마니차를 기어이 돌리는 의지의 꼬마 순례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데려와 손주에겐 아마도 우주로 보였을 카트만두 시내를 보여주는 뭉클한 장면까지.

사원은 안식처이자 놀이터, 꿈을 키우는 장소까지 모든 네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였다. 

 

부처님의 따스한 손길을 네팔 사람들을 통해 본다. 

 

꼿발을 들어 기어이 마니차를 돌리는 의지의 꼬마 순례자
손주가 넓은 세상을 헤쳐나가며 큰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사원을 빠져나와 출구에 이를때 즈음 익숙치 않은 장면을 맞닥뜨린다. 시원한 그늘 아래 벤치에서 곤히 잠든 스님과 그 밑에서 쉬고있는 원숭이 몇마리.

 

사람과 동물, 나와 너라는 구분이 아닌 지구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서로를 존중해주는 것.

부처님이 꿈꾸던 세상이 이같은 모습이지 않았을까.

 

사람과 동물, 나와 너라는 구분이 아닌 지구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서로를 존중해주는 것

 

ㅇ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을 가기 전 곧 쓰러질 것 같은 중세 건축물을 마주한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전선들을 칭칭 두르며 자신의 공간을 한 가족에게 삶의 터전으로 내준 공간. 건물은 여전히 네팔 사람들과 호흡을 함께하고 있었다.

 

옷을 내걸어놓은 채 얘기를 나누는 가족들

앞 길가에서 전화를 하며 걸어다니는 사람들

어디론가 바삐 가는 오토바이들의 행렬들의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과거 경제개발의 논리를 내세워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축물까지도 헐리고 그 자리를 대신해 높은 빌딩, 아파트가 들어선 우리나라의 모습이 생각나 서글퍼진다. 일상 곳곳에 전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었다.

 

골목길을 가다보면 가옥들 사이로 이런 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상 곳곳에 전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

 

더르바르 광장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광장에서는 현지 사람들과 옛 중세 건축물이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로를 오가는 인파에서 조금 비껴난 곳에서는 옛 건물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아예 손에 머리를 괸 채 누운 아저씨, 탑 계단에 앉아 현장 모습을 스케치하는 현지 대학생들, 데이트를 하러 나온 연인들까지 광장은 활기차고 평화로운 모습들로 가득하다.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네팔의 옛 왕궁인 하누만도카 앞에 있는 광장으로서, 더르바르는 왕궁이라는 뜻이다. 12세기에 건설을 시작해 18세기 샤(Shah) 왕조, 19세기 라마교 통치자들이 오늘날 더르바르 광장 모습을 완성하였다.
Kala(Black) Bhairab/시바신의 가장 무서운 형상인 Bhairab을 조각한 것이다. 무시무시한 모습을 하고있지만 기념사진 찍는 네팔사람들의 표정은 평온하다.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에서 선조들의 역사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네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카트만두 구경을 마치고 타멜 거리 락스만 아저씨 여행사 사무소를 잠시 들린다. 학교 마치고 온 큰 딸 나니와 그 친구가 와 있어 같이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려고 큰길로 나갔으나 버스가 오질 않는다. 나니가 교통정리하는 경찰한테 물어보니 인도 모디 총리가 국빈 방문 중이어서 길을 통제하고 있단다. 어쩌다 지나다니는 버스도 다 만원이라 할 수 없이 걸어간다. 사실 종일 걸은 상태라 숙소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이 조금 짜증이 난다.  수험생인 나니도 짜증나고 피곤할 법도 한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걷는다.   

 

이런 상황이 원래 익숙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나니와 친구의 태도가 사뭇 인상깊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상황이 내게 찾아온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불만을 품는 것도 내 감정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지배하게 내버려두기 보다는 다른 차선책을 택하고 행하면 된다는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내 태도를 반성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나니와 그 친구한테서 배울 수 있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