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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10-0513) 네팔 카트만두(Kathmandu) 1, 카우치서핑 락스만 아저씨네 가족과의 만남

(180510) 네팔 카트만두 도착

 

ㅇ 인천-네팔 카트만두 이동

10일 새벽 1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5시간의 환승 대기를 거쳐 오후에 네팔 카트만두 땅을 밟는다.

 

시간은 넉넉하나 가진 돈은 그렇지 못한 이제 갓 시작한 배낭여행자다 보니 다른 저가항공사 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대한항공 직항편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알아보니 중국 남방항공 외 다른 마땅한 항공편이 없었다. 남방항공편도 환승 시간이 길어 고민하다가 동남아 대표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앱에서 검색이 안나와 직접 확인해보니 편도 30만원대 괜찮은 항공편이 있어 배낭여행 첫 항공편을 에어아시아와 함께한다.

 

인천-쿠알라룸푸르 항공편은 1시간 반이나 지연이 됐으나 비수기라 그런지 양 옆 2자리가 비어 나중에 대놓고 누워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저가항공사에서 이런 호강이라니!

 

짠순이, 짠돌이 배낭여행자에게 애증의 대상인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히말라야 설산을 꿈꾸며 바라본 카투만두 시내 풍경은 흙먼지로 뒤덮인 뿌연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착륙할 때 즈음 기류가 불안정해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려 가슴이 철렁거린다.. 평소 생각하지 않은 많은 신들께 안부인사 전하고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나처럼 평소에 하지 않는 이상행동을 한 승객들도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이런 일은 다반사라는 듯 여유 넘치는 모습에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Tribhuvan) 국제공항

 

공항 입국 전 환영 인사말/환영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ㅇ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락스만(Laxman) 아저씨 가족과의 만남

 

카트만두에 오면 보통 타멜(Thamel) 여행자 거리에 짐을 푼다. 별다른 계획 없었다면 나 역시 타멜에서 묵었겠지만 '카우치서핑'을 통해 호감가는 호스트를 찾을 수 있어 카트만두에 있는 동안은 그쪽에서 지내기로 했다.

 

호스트인 락스만 아저씨네 집은 타멜거리가 아닌 미국 대사관 쪽에서 좀 더 올라가는 위치에 있었다. 집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4층짜리 집으로 1층은 지인 가족, 2~3층은 락스만 아저씨네 가족, 4층 옥탑방은 손님방으로 내가 묵을 방이었다.

 

짐을 풀고 락스만 아저씨 가족들한테 인사하러 내려간다. 인상이 선한 아내 상지타(Sangita)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계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치트완(Chitwa)에서 사시는데 1년에 한 번 1달 정도 카트만두로 오신다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아흔살이 넘으셨는데 귀가 조금 어두운 것 빼고는 아직 의식도 또렷하고 정정하셨다. 딸 두 명도 있는데 학교에서 아직 안돌아왔단다. 할머님이 연지 같은 것을 내 이마에 찍어주셨는데 현지 환영의식이라고 한다. 할머니의 손을 통해 네팔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3남 5녀 중 둘째아들인 락스만 아저씨는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치트완이 고향이라고 한다. 타멜 거리에서 17년째 여행사를 운영중이라면서 관심있으면 사무실 소개해 줄테니 같이 가자고 해 타멜 거리도 구경할 겸 따라나선다. 혼잡한 타멜 거리를 지나 뒷편에 여직원 한명을 둔 작은 사무실이 그의 여행사였다. 그곳에서 아저씨가 살아온 얘기를 깊이 나눌 수 있었다. 

 

지금은 작은 사무실에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업 규모가 꽤 컸었다고 한다. 중국 단체 관광객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해 회사가 성장하고 있었으나 네팔 대지진으로 중국 관광객 숫자가 급감하고 먼저 왔던 단체 관광객들도 정산이 제대로 안돼 5만 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고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금도 빚이 있어 상환 중이며 카우치서핑도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단다(원래 카우치서핑은 호스트에게 따로 숙박비용을 지불하지 않지만 락스만 아저씨는 소정의 비용을 요구해도 좋은지 정중하게 물어보셨고, 나 역시 어차피 다른 곳에 있으면 써야할 돈이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헤쳐나가며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는 락스만 아저씨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락스만 아저씨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종교적 이유로 따로 먹는 식단이 있어 먼저 드셨다. 메뉴는 네팔의 대표 전통음식 중 하나인 '달밧 타카리(Dal Bhat Tarkari)'. 동그란 쟁반그룻에 달(국), 밧(밥), 타카리(커리), 채소 종류가 한데 같이 나왔다. 그야말로 로컬식이었고 현지 가족들과 함께 먹으니 내가 네팔에 정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엄마표 달(국)밧(밥) 타카리(커리)

학교를 마치고 온 큰 딸 나니(Nani)와 막내 딸 깔레(Kale)가 손으로 밥에 국, 커리를 야무지게 비벼서 먹는다. 현지 방식이다 싶어 냉큼 나도 따라서 먹었다. 막내 딸 깔레가 눈이 커지며 언니 나니를 본다. 아마 수저로 먹을거라 생각했나 보다. 처음엔 조금 어색해 한 것 같았는데 내 친근한 모습이 효과가 있었는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큰 딸 나니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 3 수험생으로 수험생활로 피곤해 보였지만 네팔 관련해서 궁금한 걸 물어보때 차분히 잘 알려준다. 막내 깔레는 초등학생인데 아주 활달하고 애교가 넘친다.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에 대한 가족 역할 분담이 모두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큰딸 나니가 설거지를 하면 락스만 아저씨는 그것들을 모아 마른 헝겁으로 닦고 제자리에 두고 막내딸 깔레도 식탁을 닦고 바닥을 쓰는 등 뒷정리를 도운다. 락스만 아저씨가 아내는 이제껏 음식을 만들었으니 뒷정리는 열외라고 하는 모습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느껴진다.     

 

여행 첫 날이지만 이렇게 화목하고 사랑이 깊은 현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네팔에 계시는 여러 신들께서 나를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으신 듯 하다. :)

 

네팔 카트만두 카우치서핑 락스만 아저씨네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