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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네팔(18.05.09~06.15)

(180510-0513) 네팔 카트만두(Kathmandu) 3, 파탄(Patan)

(180512) 파탄(Patan)

 

카트만두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5km 떨어져 있는 곳인 파탄(Patan)을 가보기로 한다. 파탄은 카트만두, 박타푸르와 함께 카트만두 계곡에서 번영한 3대 왕국 중 하나인 곳이다. 

 

락스만 아저씨한테 현지 버스편 정보를 얻었다. 말도 안되는 상태로 다니는 버스들이 많아 내심 걱정했는데 새로 생긴 쾌적한 버스편으로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요금은 20루피로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약 200원이니까 정말 착한 가격이다.

 

네팔 도로위에는 박물관에 있어도 손색없는 차량과 신식버스가 공존하고 있다

버스가 근처까지 밖에 안가 더르바르 광장까지 20분 정도 더 걸어야 했다. 날은 후덥지근했지만 동네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사목사목 즐겁게 걷는다. 

 

광장가는 길에 로컬 시장이 보인다. 웬만한 생필품들은 다 파는 것 같았다. 한 사거리에 들어서니 고풍스런 전통 건축물이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1층에 생닭을 팔고 있다. 전통 건축물에 생닭집이라니. 그 생경한 조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몰라 잠시 멈춰선다. 

 

카트만두에서 전통 건축물의 쓰임은 보존과 더불어 생업의 현장이기도 했다.

 

더르바르 광장을 가는 길에 좁은 골목길이 많이 보인다. 골목길마다 풍경과 분위기가 달라 그냥 골목길 구경만 해도 재미가 쏠쏠했다. 

 

꼬마야 뭐 때문에 토라졌니~

 

딸바보는 세계 공통 현상이라고 본다

 

파탄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더르바르 광장으로 들어선다 .정교한 석탑과 우람한 건축물들을 보며 와 소리를 내지른다. 네팔 왕조의 찬란하고 위풍당당했던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 했다.

 

파탄 더르바르 광장(Patan, Durbar Square)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표지석과 입장권

 

파탄 박물관 입구 앞에 동네 주민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들이 쓴 전통양식의 모자 디자인이 전부 다르다. 패션을 좀 아시는 듯하다. 선조들이 지은 옛 건물에서 후손들이 정답게 얘기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여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옛건물에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 각기 다른 모자를 쓰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발길 닿는 대로 골목길을 다녀본다. 인파가 몰려있는 사원이 있길래 들어가본다. 'Kumbeshwar'라는 힌두교 사원이었는데 내부는 뭔가를 태우느라 연기가 자욱하다. 본당 건물처럼 보이는곳에는 기도를 드리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순례자들로 가득했다. 

 

 Kumbeshwar 힌두교 사원

 

무엇을 태우는지 궁금해 계속 지켜보니 무수히 얽힌 실타래들이었다. 정성스럽게 머리를 빗고 복장을 갖춘 여인들이 실뭉치를 태울 때 주변사람들이 그 모습을 사진 찍고 영상에 담는 걸로 보아 중요한 의식으로 보였다. 살면서 또는 전생에서부터 자신들이 지은 죄를 신께 용서를 구하고 자신들을 얽어매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태운다는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전생과 현생에서 지은 죄를 씻으려는 듯 여인들이 무수히 얽힌 실타래를 태우고 있다

 

본당 주변에는 대가족으로 보이는 여러 그룹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주문 같은 것을 외면서 중앙에 불을 피워둔 곳에 계속 쌀 같은 곡식을 던진다. 불 피우는 자리 주변에는 화려한 문양을 그려 놓고 각종 제물들로 보이는 음식들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 앉아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며 제물로 보이는 곡식을 태우고 있다 
불 피우는 자리에 화려한 문양과 쌓아놓은 음식들

 

.사원 뒤쪽으로 나가보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재잘재잘 뛰놀고 있다. 어른들은 중요한 일을 치르고 있는 것이겠지만 아이들한테는 따분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어떤 놀이인가 궁금해 방해가 될까 한발짝 뒤에서 조용히 지켜본다.

 

대략적인 놀이 방식은 이렇다 :

술래 한명을 가운데 세워둔다.

나머지 애들은 서로 손을 잡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그르르 돌며 노래를 부른다.

술래는 시선을 정해진 시간이 될 때까지 시선을 위쪽으로 두거나 눈을 감는다. 

시간이 되면 술래가 시계방향으로 몇 바퀴 돌아 한 명을 잡는다.

잡힌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되어 계속 놀이를 진행한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너무 귀여워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파탄에서 만난 순진무구한 아이들>

 

숙소로 돌아오니 해질녘 탁트인 카트만두 시내 풍경이 참 아름답다. 건물들이 다 고만고만해 자세히 보면 다른 이웃 주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지, 빨래를 넌다는지 일상 풍경들도 눈에 들어온다. 평화롭고 정겨운 모습들로 마음이 포근해진다.

 

해질녁 바라본 카투만두 시내
그야말로 캔맥주를 부르는 풍경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와 깔레가 온 식구를 소집한다. 손님인 내게 나니는 네팔 나라 소개를(그것도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깔레는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춤을 선보이겠다며 불러모은 것이란다.

 

큰 딸 나니는 네팔 국기 설명부터 시작해 민족 구성, 자연 환경까지 유창한 영어로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내년에 대학 입학인데 락스만 아저씨와 상지타 이모는 큰딸 대학걱정은 안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은 딸 깔레는 평소에는 엄마 아빠한테 애교많은 막내였는데 무대가 시작되니 눈빛부터 달라지더니 격정적인 춤을 선보여 깜짝 놀랐다. 락스만 아저씨, 상지타 이모는 잘 시간에 가까워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똑똑하고 끼많은 딸들을 위해 잠을 쫓으면서까지 자식들을 생각해 주는 모습에서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막내딸 깔레의 격정적인 무대>

여행을 다닌다고 해도 현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정있고 따뜻한 현지 가족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카우치서핑 락스만 아저씨네 집 옥상에서 바라본 카투만두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