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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섬진강(18.03.11~03.20)

(180320) 섬진강 자전거 여행 마지막, 구례-광양 '매화향에 취하다'

ㅇ 이동경로 : 구례 - 섬진강 어류생태관 - 남도대교(화개장터) - 광양 매화마을 - 배알도수변공원(종점)- 동광양(중마)터미널 

ㅇ 이동거리 : 약 66km

ㅇ 소  감 : 섬진강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코스. 섬진강 벚꽃길을 지나 어류생태관에서 수달도 보고 섬진강 강바람 매화 향기 실컷 맡으며 여행을 마침!






<광양 매화밭>


섬진강 여행 마지막날이 밝았다.

주인장께서 아침밥 먹고 가라며 육개장과 갖가지 반찬을 내오셔서 든든하게 먹었다.

가기 전까지 이렇게 챙겨주시니 참 감사할 따름이다.


여행자에게 만남과 헤어짐은 일상이겠지만 헤어짐의 순간은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하다.

항상 건강하세요 주인장님!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날씨가 화창하다.

문척교를 지나 섬진강 뒤로 지리산 노고단이 훤히 보인다.

다음 지리산 때는 화엄사 구층암, 노고단까지 가봐야지.

안되면 다다음에 가봐야지 :)


저녁에 다시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떴다.

오늘 목적지인 광양 배알도수변공원까지 거리가 되고 중간중간 매화구경하다보면 금방 날이 저물것 같아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한다.



<문척교 건너서 바라본 구례>


멀리 지리산 노고단이 보인다



구례에서 화개장터 구간에는 섬진강 벚꽃길을 만날 수 있다.

벚꽃이 피기 전이라 벚꽃을 볼 수 없었다.

다만 도로 사이로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벚나무에서 활짝 핀 벚꽃을 상상해보니 참 볼만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문척면 화정마을에서 아기자기한 마을 버스 정류장을 지나 섬진강 어류생태관에 도착한다.

자전거 길에 위치해 있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문척면 금정리 화정마을>


마을 버스정류장이 참 정겹다



생태관 규모가 꽤 크다.

생태관 건물 밖에는 수달이 머물고 있는 구역과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물고기 수조가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니 전시관 한 동이 공사 중이라고 통째로 막아져 있어 다른 동 전시관 관람이 무료였다. 

어이쿠 입장료도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잘됐다 :)   



<섬진강 어류생태관>



전시관 안으로 막 들어서면 고개를 쳐들고 봐야 할 만큼  

아주 큰 원통 수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짧은 관찰 결과 물고기들이 아무데나 막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힘센 놈들은 어느 자리를 선호하는 지 궁금했으나

다 고놈이 고놈처럼 보여 답을 얻진 못했다.



전시관 구경을 마치고 귀여운 수달을 만나러 향한다.

한 녀석이 신나게 물장구 치다가 나를 보더니 쫑쫑 달려온다.

창문에 바싹 붙어 두 다리를 번쩍 올리더니 위아래로 까딱가딱 움직인다.


아마 관람객들에게 먹이를 달라는 '학습된' 행동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녀석은 나에게 먹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이내 관심을 거두고 본체만체 제 할일을 한다 :)   



내게 관심을 보이던 때



(먹이가 없다는 걸 알고) 곧 관심을 거둠

이런 비지니스적인 녀석 같으니라고



귀여운? 수달 구경까지 잘 마치고 10km쯤 달리니 남도대교가 나온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남도대교>


전라도인 구례와 경상도인 하동을 남도대교가 이어주고 있다



호남과 영남을 이어주는 상징성 있는 장소이기에 관심갔으나 큼지막한 화개장터 돌비석 뒤로 보이는 상설시장에는 보통 관광객에게 물건파는 장터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사진만 후딱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驛馬, 1948) 발췌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들의 더덕·도라지·두릅·고사리들이 화개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화물 장수들의 실·바늘·면경·가위·허리끈·주머니끈·족집게·골백분들이 또한 구롓길에서 넘어오고, 하동길에서는 섬진강 하류의 해물 장수들의 김·미역·청각·명태·자반조기·자반고등어 들이 들어오곤 하여 산협(山峽)치고는 꽤 은성한 장이 서기도 하였으나...

 


광양시에 들어서자 매화 나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자전거 길이 매화 농장 사이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가는 내내 와 하는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섬진강 강바람에 실려온 매화 향을 맡는 순간순간들이 너무나 좋았다.. 





섬진강 강바람과 함께 실려온 매화향이 너무나 좋았다..







온갖 호사를 누리며 다압 제방쪽에 진입하자 아직 매화마을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도로가 꽉 막히기 시작했다.

날씨도 쌀쌀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도 이렇게 막히면 주말에는 아주 미어터지겠다는 생각에 지금 이순간 자전거를 끌고 온 내 자신에게 감사했다..


아까는 매화에 탄성을 내지르며 왔지만

지금은 꽉막힌 차량 행렬에 와하고 감탄하며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향한다.


찔끔찔끔 나가는 차량을 보며 시원하게 내달리는 쾌감이란!

나는 이렇게 점점 자전거 덕후가 되어간다. :)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광양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레크리에이션 진행자의 마이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인증만 마치고 후다닥 이동한다.


매화구경하러 매화마을로 온다면 매화보다는 사람 구경만 할 수 있으니 한적한 마을에서 제대로 즐기시길!



<광양 매화 축제와 꽃구경 온 상춘객들로 도로가 마비될 정도였다>



<광양 매화마을 인증센터>


광양 매화마을을 지나니 길이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어있었다.

오래된 철교다리를 지나 송금리 섬진강대교로 진입할 즈음 덩치큰 새들이 앉아있어 자세히 보니 독수리였다.

하늘을 보니 독수리 여럿마리가 천천히 주위를 돌고 있었다.

양 날개를 쭉 뻗으니 사람 크기만 해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유유히 가르는 독수리


그러다 사람크기만 한 독수리 무리가 점점 불어나 내 위를 빙빙 도니까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존의식이 엄습한건 비밀..



진월면 망덕포구에 이르자 유량이 급격히 불어난다.

섬진강댐에서 시작한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느낀다.






아담하고 한적한 포구다



섬진강 댐에서 허벅지 터지도록 페달질하다가 

어느덧 섬진강 하구를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섬진강 마지막 인증센터, 배알도수변공원>


기온이 부쩍 내려가 콧물이 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얼굴도 얼얼했지만

마지막 인증까지 무사히 마치니 

해냈다는 성취감에 무척 기뻤다. 예쓰!





광주행 버스타려면 동광양(중마)터미널로 가야한다

인증센터에서 약 15km 내외인데 

중간에 우박이 떨어져 잠시 몸을 피했다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집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은 싱글벙글 :)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를 바라보며 중마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에서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싣으니 긴장이 풀려 몸이 노곤노곤하다.

다소 대책없이 떠난 자전거 여행이 영산강을 지나 섬진강까지 보게 됐다.

지금 이순간 만큼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까지 옮긴 내 자신에게 고맙다.

빨리 집에가서 뜨끈한 물에 샤워하고 캔맥주로 자축해야겠다.


섬진강 여행 끝! :)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구례-광양 배알도수변공원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