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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섬진강(18.03.11~03.20)

(180315) 섬진강 자전거 여행 5, 순창 4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난날'

ㅇ 이동장소 : 없음 

ㅇ 이동거리 : 100m 내..?(막걸리 사러 여관 앞 구멍가게 다녀온게 전부)

ㅇ 소  감 : 비구경하며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종일 이야기 나누며 떠들고 행복했던 하루



오늘은 봄비가 종일 내린다고 예보가 있어 특별한 일정을 잡아두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당 앞 뜰은 비를 머금어 땅이 촉촉해져 있었다.



<금산여관 본진>





비 내리는 소리에 마음까지 씻기는 듯 하다.

비 내리면 우산필 생각만 해봤지

언제 빗소리에 찬찬히 귀기울여 봤었는지.


머그잔 따뜻한 커피 한모금 마시며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냥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볼 뿐인데 그냥 그 순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비와 함께 아침먹고

비와 함께 커피마시고

비와 함께 김치전에 막걸리 걸치며

 깔깔대고 자지러졌던


온종일 비와 함께한 하루였다.



보통 비가 내려도 비와 단절된 공간에 있거나(아파트), 기껏해야 빗소리는 듣지못한채 비만 보는 등(까페)의 경우가 많은데 한옥의 개방된 구조에서 맞이한 비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대빵님 친언니분께서 찾아와 감사하게도 김치전을 공수해 주셨다.

김치전을 보니 여행자들과 막걸리 한잔 안 걸칠 수 없지 않냐고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 :)




이모님 감사합니다 :)




대빵님이 마루에서 찍어야 사진 잘나온다고 

마루에 세워놓고 허리까지 숙여가며 사진을 찍으신다.


크 역시 프로의 자세~! 



김치전에 막걸리까지 있으니 

오늘 하루의 행복까지도 이미 잔 속에 다 채웠다.



술잔에 비친 여행자들의 

행복한 미소가 보이지 않는가! :)




대빵님도 카메라로 짠하신다



술잔을 기울이니 이야기 꽃을 피운다.

가벼운 농담부터 시작해서 서로가 살아온 얘기,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 앞으로 계획...

마음맞는 여행자들과 함께 했기에 평소 같았으면 선뜻 꺼내기 어려운 부분들도 터놓고 얘기 나눈다.


그냥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얘기에 귀담아주는 것.

사람과 사람사이에 따뜻함이 오가는 과정이기에

그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주고 위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전등에 불이 꺼질 때까지 계속됐다.

대빵님 남편 분이 일 마치고 돌아오셔서 아직까지 얘기 나누고 있냐며 징하다고 혀를 내두르신다 :)

그렇네. 허리가 좀 뻐근하고 혀가 얼얼한걸 보니 시간이 좀 지났나 보나 했더니 벌써 저녁이다 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얘기할 줄이야..

내 안에도 숨겨진 수다 본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오늘 하루는 비와 함께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이났다.

자전거 종주만을 목표로 생각하면 아마 오늘은 공치는 날이라고 기분이 꿀꿀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종주는 내게 최소한의 이정표일 뿐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기에 오늘과 같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더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생각지 못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가 돼서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오전 빗소리와 함께 시작한 수다는 전등에 불이 켜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