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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섬진강(18.03.11~03.20)

(180317) 섬진강 자전거 여행 7, 순창-구례 '섬진강에도 봄이 찾아왔네'

ㅇ 이동경로 : 순창 금산여관-곡성역-횡탄정 인증센터-사성암 인증센터-구례 다락방 게스트하우스

ㅇ 이동거리 :  약 60 km

ㅇ 소 감 : 순창에서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여정의 시작. 곡성구간까지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인상적이었음. 중간중간 산수유, 매화꽃이 피어 남은 섬진강 자전거 길에서 만나게될 구례 산수유, 하동 매화가 얼마나 흐드러지게 피었을지 기대됐던 하루였음 :)




<곡성-구례 구간>



순창에서 원래 일정은 2~3일 정도 머물다 가는 것이었지만 사람냄새 폴폴나는 금산여관을 알게되어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다.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하는데 감사하게도 대빵님을 비롯해 여행자들이 배웅해 준다고 전부 나와 있었다. 


그사이 정도 많이 들어 막상 떠난다고 하니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대빵님이 가다가 향가 유원지 쪽에서 생각나면 다시 와도 된다고 농담을 던지신다. 

떠날 때까지도 배려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대빵님, 삼촌, 여행자 모두들 꽃길만 걸으시길!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듯이

헤어짐이 있으면 또 만남이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페달을 밟는다.

 

순창 향가유원지를 지나고 곡성 구간으로 들어가는 길은 산줄기가 끊임없이 굽이굽이 이어져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산아래 들판에서는 아낙네들이 봄을 준비하느라 손놀임이 분주하다.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


드넓은 공장부지만큼 많은 사람들의 생계도 이곳에 있겠지



곡성에도 봄이 오고 있다



<순창-곡성 구간>


섬진강 물줄기 따라 산 역시 끊임없이 이어진다



곡성 읍내 들어가기전 금곡교를 기점으로 횡탄정 인증센터까지 가는 원래 코스와 읍내로 들어가는 우회 코스 2가지로 갈린다. 읍내를 구경하고 싶어 우회코스로 빠졌는데 사실 횡탄정 인증센터까지 가고 그 후에 읍내로 들어가는 방법이 제일 좋을 듯했다.



<곡성 금곡교>


다리를 건너면 읍내로 들어가는 우회노선으로 이어져 있다.



읍내로 들어가기 전 길가에 산수유 꽃이 활짝 피어있다.

활짝핀 산수유를 보니 정말 봄이 왔다는 게 느껴진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꽃들 사이로 꿀벌들이 웅웅 거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저마다 봄을 맞는 모습들에서 대지의 생명력이 가득 느껴진다.




꽃과 꽃 사이로 꿀벌들이 분주히 오간다.

(가까이가다 벌들한테 쏘일까봐 사진을 찍지못한 건 비밀 :) )



읍내로 들어가니 기차마을답게 깜찍한 기차캐릭터 무늬의 군버스가 나를 반긴다.




<깜찍한? 곡성군 버스>


오늘 묵을 숙소는 지리산 화엄사 입구 쪽에 있어 구례읍에서 또 들어가야 했다.

곡성 구경을 많이 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곡성에 왔기에 미리 검색해둔 식당으로 곧장 향한다.


남자 사장님이 계셨는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라 손님이 없었다.

사장님은 국밥을 주신뒤 옆에서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시범경기를 보고 있으셔서 자연스럽게? 얘기나눌 기회가 있었다. 


군내에 외국인 며느리가 많이 오는데 문화적 차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많다는 마을현안에서부터 자식자랑, 소싯적 본인이 마을에서 힘깨나 써서 두세 장정 몫은 거뜬히 했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간다. 


특히 젊으실 적 얘기 하면서 그때가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참 좋았다는 말을 되뇌이는 모습에서 지금 이순간 내가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월은 섬진강 물줄기 같이 덧없이 흘러간다.

훗날 흘러감에 아쉬워만 하는 삶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둬야지. 

  


<삼기국밥>


마을 현안을 들을 수 있었던 장소



<암뽕순대국밥>


밥심으로 구례까지 가즈아!



지나가는 자전거길에 곡성역, 구 곡성역을 볼 수 있었다.

곡성역 생김새가 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는데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곡성역>


이것은 전통의 멋도 아니고 현대적인 감각도 아니여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를 이용할 수 있어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 듯 하다.

나랑 상관없는 곳이기에 패쓰~!



아이들의 동심을 통해 부모님의 지갑을 겨냥한게 아닐까 하는 

동심잃은 생각을 해본다 :)



기차마을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구 곡성역이 위치한다.

작고 아담한 크기에 현재 곡성역보다 더 정감이 든다.



<구 곡성역>


1933년 건립

섬진강 모래를 운반하는 목적으로 지어진 간이역이다

(곳곳에 일제 수탈의 흔적이 남아있구나..)


기차마을을 지나 자전거 길 따라 오지리까지 갔는데 중간 인증센터인 횡탄정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쯤되면 분명 인증센터가 나와줘야 하는데..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이미 한참 지나쳤다.

금곡교 따라 원래 코스에 위치한 걸 모르고 막연 읍내 주변에 있겠거니 생각하다 놓친 것이다.


아이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 더다니...

지금 상황과 딱 맞다.

구례 숙소까지 아직 거리가 남아있기에 길을 재촉한다. 



오지리에서 계속 더 갔다면 정말 오질뻔? 했다 :)



<횡탄정>


전남 곡성군 고달면 뇌죽리 순자강 강변에 위치해 있다

지나온 오지리부터 해서 고달면, 뇌죽리까지 마을 이름들이 범상치가 않다



갈길바쁜 여행자와 달리 이어지는 풍경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고달면 두가리 호곡마을>


마을 이름도 그렇고 주변 산세도 험해 예전에 호랑이가 살았을 법하다. 




곡성-구례 경계 구간을 지나니 산수유에 이어 매화도 활짝 피었다.

산수유, 매화 향도 맡아보고 이렇게 생겼구나 찬찬히 구경해본건 오늘이 처음인듯 하다.


살면서 왜이리 못해본게 많은지.

무엇에 그리 쫓겨 허둥지둥 산건지.



<곡성-구례 경계 구간>


곡성군 청소년 야영장 주변 유원지가 있어 사람들이 많았다






매화의 자태가 곱디 곱다



압록리 예성교를 지나니 해가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최소 구례 읍내까지 들어가야 했다.



<오곡면 압록리 예성교>



해지는 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답지만 

 내 발은 불이나고 있었다



불나게 밟은 덕분에 구례구역까지 안착.

역사에서 잠시 숨 좀 고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날이 어둑어둑해져 라이트를 사용하려고 하는데 가방을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산강 여행 마치고 집에 잠깐 꺼내놨다가 미처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날이 완전히 지면 라이트 없이 달리는 건 위험한 일이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순천시 황전면 선변리 구례구(口)역>


막연히 구례군에 위치한 역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순천시에 위치해 있다

구례군으로 들어가는 입구라 해서 구례구역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갈길은 바쁘지만 구례구역에서 사성암 인증센터 가는 구간에서 해지는 모습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횡탄정 구간에서 헤맨 덕분에 이런 절경을 볼 수 있지 않았냐며 스스로 합리화를 해본다. 



<구례구역-사성암 인증센터 구간>



두꺼비 다리의 야경을 감상하며 마지막 힘을 다한다.  



<두꺼비다리>



어렵사리 사성암 인증을 마치고 구례 읍내로 들어왔다.

공설운동장을 거쳐 화엄사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가로등도 없는 샛길만 보인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기에 더이상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이 들었다. 

다시 공설운동장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보관한 뒤 콜택시를 불러 숙소까지 이동했다.


마음 같아서는 읍내 아무데나 하룻밤자고 움직이고 싶었으나 화엄사 쪽 숙소에 예약을 걸어 준비가 다 된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여행은 욕심이 지나쳐 숙소 도착할 때까지 고생 고생이다.

지나치면 뭐든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것.

숙소에 무사히 도착한 것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욕심부린 오늘 하루를 반성하며 마무리한다.

 



<순창-구례 구간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