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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자전거 여행을 기록하기에 앞서

올 3월 영산강, 섬진강 자전거 길 따라 사목사목 여행을 다녀왔다.

자전거 여행을 기록하기에 앞서 '여행 준비도 여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간단하게 몇 자 끄적여본다.



-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1. 할 수 있을 때 하자, 여행도 그렇다


2017년 한해를 해외 공공기관 인턴으로 찐하게 보내다 왔다.

애초 계획은 인턴 경험을 살려 소속기관의 공채입사였으나 인턴 생활을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어느 한 조직, 기관에 소속되면서 관심분야 업무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던 점은 좋았고 감사했으나 일은 많고 사람은 적으니 일당백을 요구하는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았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오고, 주말에는 밀린 장보기, 집안일을 한번에 몰아치고 잠깐 숨 좀 돌렸다 싶으면 다시 월요일 원위치..  그렇게 무한한 쳇바퀴 속에서 흘러가던 시간들..  


인턴 끝나고 당장은 불안하겠지만 취직에 앞서 평소 하고 싶었던 여행을 먼저 진득하게 해보자고 다짐했다.




<(171104) 동티모르(East Timor) 라멜라우(Ramelau) 산 정상에서>


새까만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드는 광경을 볼 때 그 벅참을 잊을 수 없다




<171003 인도네시아 플로레스(Flores) 섬 켈리무투(Kelimutu) 산맥 화산호수>


시시각각 변하는 화산 호수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몇시간 동안 넋놓고 바라보았다.

인턴 마치고 장기여행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장소이기도 하다.



2. 내가 사는 곳은 어떻게 생겼을까 


처음 계획은 해외 배낭여행을 생각했으나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3개월 동안은 고용복지센터에 직접 방문도 해야되고 조금 애매해 수급기간 끝나고 가기로 조정했다. 


그럼 남은 시간은 무엇을 할지 고민해 보다가 애초에 어느 국가, 장소에 꼭 가야하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굳이 해외여행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내가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지역, 앞으로도 더 많이 살아갈 지역에 대해 평소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생각해보니 제대로 아는 것도 많지 않고 나름 치열하게 살겠다고 이곳저곳 있다보니 그동안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싶었다.     




<180207> 사직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내 고장 광주 시내 전경>


29살 먹고 난생처음 내가 사는 곳을 하나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시내 뒤로 무등산이 보인다.



3. 우연히 알게 된 영산강 자전거 도로, 그렇다면 나도?


자전거로 여행을 한 적은 없었지만 대학시절 학교가 집이랑 멀지 않아 거의 자전거로 통학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동력을 얻어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그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인턴생활을 마친 후, 취업보다는 일단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자고 당차게 마음먹었지만 이런저런 고민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인턴 할 때는 피곤해서 침대에 누우면 바로 곯아떨어지곤 했는데 한국에 오니 잠도 자주 설치고.. 잠이 들었다가도 새벽에 깨고.. 깊은 잠을 못자니 아무것도 안해도 힘들었다..(아무것도 안해서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일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를 탔다. 적어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순간 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고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에.  운동도 되고 주변 풍경 보면서 내가 가보고 싶은 곳까지도 가보고.. 한국오고 일상에서 균형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자전거 타고 좀 더 멀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면서 담양에서 목포 영산강 하굿둑까지 자전거 도로가 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영산강 길따라 여행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0318) 구례 자전거 여행 중 산수유 구경>

이번 자전거 여행 통해 비로소 산수유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 고장, 우리 국토를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여가며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그 기쁨은 페달을 직접 밟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큰 행복이었다.


여정 중에 만난 귀한 인연들, 여행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아가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어설프게 시작한 첫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큰 기쁨과 행복을 얻어 무척 감사했던 시간이었다.